▲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장소협찬=강남 소렌토 프리미엄 | ||
강남의 한 대형서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 출판사인회에 참석한 박지윤은 조금 달뜬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팬들의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는 모습이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서점을 찾은 사람들은 “박지윤이다”라고 소리치며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그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가수 박지윤이 돌아왔다. 드라마 <비천무> 이후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그가 사진에세이집을 들고 대중 앞에 선 것. 사진 한 장, 단어 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는 이번 사진집에는 4년 동안 그의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꼭꼭 담았다. 박지윤에게 사진집이 갖는 의미를 묻자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내 자식 같은 존재”라고 대답했다. 다소 느릿하지만 신중하게 대답을 하는 게 그의 습관인 듯하다.
“책을 처음 받았는데 눈물이 울컥하더라고요. 오랫동안 준비한 거였고 글 하나하나 사진 하나하나 제 손이 안 간 데가 없어서 그런지 사진을 고를 때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데 없다잖아요(웃음). 이제는 제가 찍은 사진들이 자식처럼 느껴져요.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제 책이 세상에 남을 수 있다는 게….”
박지윤은 막 나온 에세이집을 손에 쥐었던 때가 떠올랐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목이 메는 모양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쑥스러운지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 박지윤은 소문대로 참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자신도 스스로를 ‘가시 돋은 사람’ ‘남을 경계하는 고양이’ ‘낯가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 4년의 공백 후 대중 앞에 나타난 박지윤. 출판 사인회 내내 달뜬 모습이었다. | ||
곧은 나무는 부러진다고 했던가. 날카로운 이미지에 말수가 적었던 박지윤은 곧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못됐다’ ‘재수 없다’ ‘밉상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미움을 받은 적도 많았다. 악성루머는 늘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박지윤은 ‘사람들의 말’이라는 날카로운 칼에 찔려 아파했지만 꿋꿋이 참아냈다. 아프다고 소리치지도 않고 다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상처를 입지 않은 건 아니다.
“…갈림길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진실은 어떻게든 알려 진다’와 ‘그래도 나서서 얘기해야 한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웠죠. 그런 소문을 주기적으로 들을 때마다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생각도 많이 하고.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말하면 소문이 또 소문을 낳고 모르는 사람까지도 괜히 알게 되니까요. 아직까지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단지 이제 많이 굳고 딱딱해져서 그런 글들을 보고 넘길 수는 있어요. 그래도 (상처는) 잊는 것까지는 힘들 것 같네요.”
박지윤은 상처를 입었지만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 인생의 이정표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살짝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지난 4년 동안 일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된 그에게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남에 의해서 인생이 만들어졌다면 앞으로는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박지윤. “제 인생을 제가 계획할 수 있는 사실이 즐거워요”라는 박지윤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건 침묵해야 할 때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난도 꿋꿋하게 이겨낸 승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제 새 앨범을 발표해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 박지윤은 3년 전에 촬영이 끝났지만 이제야 방영되는 드라마 <비천무>를 통해 다시 시청자들 곁으로 다가간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