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의 공백기를 마감하고 KBS 새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김현주.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김현주가 돌아왔다. KBS 새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를 통해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하는 것. 쉬는 동안 모습을 꽁꽁 숨겼던 김현주의 컴백 소식에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됐다. 오랜만에 받는 스포트라이트에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한데 김현주는 여유로웠고 장난기까지 넘쳤다. “쉬는 동안 꽃꽂이와 그림 등에 집중하면서 숨겨진 나의 탤런트(재능)를 발견했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에게 있어 쉬는 2년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친한 작가가 저한테 ‘현주야 널 보면 늘 날카로운 칼날이 서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여유롭고 예뻐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얼굴이 바뀌어서 예뻐 보이는 건 아닌 거잖아요(웃음). 나이가 들기도 했고. 많이 좋아졌죠.”
김현주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가 여유를 찾을 때까지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토지> 등을 통해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받았던 김현주가 돌연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춘 건 ‘박수칠 때 떠난’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현주는 스무 살에 데뷔해 10여 년을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2년간의 휴식은 스스로를 찾기 위한 일종의 도망이었던 것이다.
“자신감이 많이 결여된 상태였어요. 많은 분들이 연기하면서 슬럼프 아니겠느냐 말씀하셨지만 제가 서 있을 곳이 어딘지, 뭘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물불 안 가리는 뜨거운 사랑을 해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딸로서 잘 살아온 것 같지도 않고 일적으로 성공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것에 의한 자신감 결여랄까요.”
김현주는 한때 자신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한 인간으로서, 한 여자로서 김현주는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연예인으로 살아야 하는 TV 속 김현주는 싫었단다. 한국사회에서 배우로 살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했고 남들만큼 당당할 수 없는 자신을 책망했다. 그는 본인의 말처럼 ‘소심하고 여린 아이’였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다른 일을 한들 어차피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좋아하는 거 열심히 해 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어요. 앞으로는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하고 저지르고 싶으면 저지르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망설이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어요.”
김현주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건 다름 아닌 꽃꽂이이였다. 1년 6개월 전 꽃꽂이를 시작한 김현주는 꽃을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었다. 꽃꽂이를 위해 소질 없는 그림까지 배웠고 나아가 원예심리치료사까지 꿈꾸게 됐단다. 시험 하나만 통과하면 꽃꽂이 강사로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꽃꽂이를 했어요. 꽃꽂이하기 전에 스케치하려고 그림도 배웠는데요. 일주일에 4일은 간 것 같아요. 저 쉬는 동안 정말 바빴어요. 나중에 매니저한테 ‘너무 바쁘니까 주말은 좀 쉬자’라고 얘기했다니까요(웃음).”
2년의 휴식,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면서 숨 쉬는 법을 배웠다는 김현주. 그가 살인 전과를 안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순이의 삶을 그린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를 선택한 건 배우 김현주가 다시 험난한 연예계에서 살아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런 바람은 아니었을까.
홍재현 객원기자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