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분노는 비록 부정적 형태로 나타나지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들을 각성 시킨다. 반면에, 찌질한 분노는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만 할 뿐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킨다.
■ 분노는 의로움이다
분노가 의로운 이유는 ‘기득권’이나 ‘힘’을 가진 자들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기득권’은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행사하기 때문에 대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현재의 ‘기득권’ 역시 저절로 성취된 것이 아니고 피와 땀으로 이룩한 것이기에 유지하고 싶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래서 현상(Status quo)을 유지하려는 측과 현상에 내재된 모순을 해결하려는 측의 긴장 상태는 분노와 갈등을 유발하고, 일시적으로 어느 쪽이 이기든, 역사는 그렇게 의로운 분노에 의해 조금씩 발전되어 온 것이다. 모두가 일제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안중근 의사가 보여준 의로운 분노는 해방의 큰 밑거름이 되어 주었고,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시기에,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기존 제품에 대한 분노 역시 새로운 세상을 활짝 열어 주었다.
■ 분노는 의롭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분노가 의롭지는 않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힘의 우위’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자들에게 함부로 터뜨리는 분노는 결코 의롭지 않다. 근자에 발생했던 땅콩회항이나 라면상무나 주차요원 폭행사건 등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 준 것에 다름 아니다.
보복운전 역시 찌찔함의 또 다른 전형이다. 흔히 도로 상의 격노(Road rage)라고 일컬어 지는 보복운전은 평소에 얌전하던 남자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괴물로 돌변하는 현상이다. 상대방의 작은 자극에도 욕설과 주먹질, 상대방을 앞질러 가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찌질한 분노는 대개 자신보다 약자를 공격한다는 특성, 서로 잘 모르는 ‘익명’의 상대에게 함부로 발산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보다 강자이거나 서로 잘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가 그래서 발생한다. 못난 이들의 찌질함은 결코 의롭지 않다.
■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영국의 경영학자,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남을 따라 하지 말라. 남과 비교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아무도 가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가라’고 충고한다.
우리가 ‘홀로’ 가야 하는 이유는 남이 원하는 삶을 내 삶처럼 착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하지만 남 따라 살 이유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유전자, 자신만의 가치, 자신만의 스타일,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 그 결을 따라 살 때 찌질한 분노는 활성화 되지 못한다.
우리가 ‘천천히’ 가야 하는 이유도 남과 비교하며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과 ‘동행’할 수는 있어도 남의 ‘보폭’과 내 ‘보폭’에 우열을 매길 필요는 없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열은 없다. 자신의 보폭대로 걸어가면 찌질한 분노는 줄어 들기 마련이다.
또한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수할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 들이되 그것이 나를 제약하지 않도록 우리는 영원한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의롭게 분노하되 찌질한 분노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