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안성기 | ||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국민배우 안성기와 <밀양>의 이창동 감독의 사이가 심상찮다는 얘기가 영화계 일각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이 두 영화인의 엇갈린 영화제 참석 때문이다. 우선 안성기가 불참한 부산국제영화제와 대한민국영화대상엔 이 감독이 참석했고 청룡영화제엔 안성기는 참석했지만 이 감독은 보이지 않았다.
그 동안 안성기는 어지간한 영화계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출석률이 높은’ 배우였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대한민국영화대상이라는 두 메이저 행사에 불참했다. 그 이유는 모두 영화 <마이 뉴 파트너> 촬영 때문. 그런데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은 이 두 영화제와 안성기의 남다른 인연에 있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기는 매회 김동호 위원장보다 더 바쁘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열성적이었다. 대한민국영화대상도 2회부터 5회까지 송윤아와 공공 MC를 맡을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안성기가 없는 자리마다 이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 감독은 한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올해는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선 <밀양>이 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모두 석권해 아예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영화계 친노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문성근 역시 이 두 영화제에서 모두 참석했다.
물론 영화제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참석 여부를 정할 수 있는 행사다. 수상 후보는 물론 수상자가 영화 촬영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따라서 이 두 영화인에게만 이상한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영화계 일각에서 불화설이 제기되는 까닭은 그 동안 이 두 영화인이 걸어온 길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98~99년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당시 선봉장이던 이 감독은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이 돼 스크린쿼터 축소 불가피 입장을 밝혀 영화인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정부가 축소 방침을 정한 뒤 영화계의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이 벌어진 2006년에도 이 감독과 문성근 명계남 등 친노 3인방은 침묵했다. 그러자 대정부 투쟁 당시 영화인들 사이에 친노 3인방 영화인에 대한 원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천막투쟁 중이던 영화인들 가운데는 아예 98~99년 스크린쿼터 사수투쟁 당시의 친노 3인방의 활약상까지 폄하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안성기는 당시 대정부 투쟁을 주도한 영화인 대책위 공동위원장이다.
영화계 내부에서 워낙 격앙된 분위가 감지된 터라 당시 <밀양>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던 이 감독의 영화계 복귀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 감독은 <밀양>이 국내 평단은 물론 해외 영화계에서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렇게 봉합된 것으로 알려진 영화계 내분설이 올해 열린 주요 영화제들을 거치며 또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
당사자들은 불화설을 부인한다. 안성기의 매니저는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안성기 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에 있어 부득이하게 불참했다”면서 “대한민국영화대상 불참은 대전에서 이뤄진 영화 <마이 뉴 파트너> 촬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감독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이 주관한다는 이유로 청룡영화제에 불참한 것은 물론 영화 <밀양>을 출품조차 하지 않았다. 문성근 역시 “<조선일보>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친노 3인방의 조선일보에 대한 반감은 남다르다. 불화설에 대해서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 안성기의 매니저는 “두 사람은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단체들 역시 두 영화인의 불화설 내지는 영화계 내분설을 부정하고 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최영재 사무국장은 “안성기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영화인 대책위 집행부와 종종 회의를 갖는데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전한다.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역시 친노 3인방에 대해 “영화인으로 돌아와 각자의 영역에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애쓰는 분들인 만큼 더 이상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친노 3인방 영화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영화인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감독은 “영화인 대책위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90년대 후반 친노 3인방과 함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벌인 이들이라 개인적인 친분이 각별한 사이”라며 “이런 까닭에 안성기 위원장도 애매한 상황일 텐데 개인적인 친분과 현재 영화계가 처한 상황에서의 입장은 다른 선상에서 봐야 한다”며 선을 분명히 긋는다. 또한 “직업인으로서 영화 일을 하는 것까지 말린 순 없지만 그들이 다시 영화계 현안의 중심에 다가서는 데 대해선 반발하는 영화인들이 상당수”라고도 말한다. 스크린쿼터 축소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