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열전2> 제작발표회. 사진은 위 왼쪽부터 홍기유 동숭아트센터 대표, 박원상, 박철민, 정경호, 엄효섭, 최덕문, 서현철, 이석준, 아래 왼쪽부터 유형관, 손병호, 나문희, 이순재, 조재현, 추상미, 문성근, 유지태. 사진제공=동숭시어터컴퍼니 | ||
톱스타들이 영화, 드라마가 아닌 연극을 통해 관객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시작했다. 배우 조재현이 총연출을 맡은 릴레이 연극 <연극열전2>에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것. 특히 황정민 이순재 지진희 나문희 등 연기파 배우들과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 <아들>의 장진 감독 등 충무로 감독들과의 ‘연극판 만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함께 작업하는 거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의 손에 영화 각본이 아닌 연극 극본이 쥐어져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무엇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두 달간 연극에 매진한다는 건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스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 게다가 출연료도 기존 출연료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에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어야 할 만큼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이들은 왜 연극 무대를 고집하는 걸까.
이 질문에 조재현은 “연극은 나의 친정집이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배우라면 꼭 한 번은 연극 무대에 서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조재현은 자신의 새 드라마 홍보 중에도 자진해서 연극을 거론할 정도로 연극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연극열전2>의 최여정 홍보 팀장은 “처음 조재현 씨가 <연극열전> 총연출을 맡으면서 (스타) 캐스팅 부분을 모두 담당했다”며 “2004년 <연극열전>을 통해 이미 3억 원 가까이 적자를 봤기 때문에 조재현 씨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마 기획 자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 역시 연극에 참여하게 된 데는 조재현의 힘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4월 제대하는 고수가 조재현 때문에 무대에 오르게 된 대표적인 경우다. 드라마 <피아노>에 출연하면서 친분을 쌓은 조재현이 연극 무대를 제안했고 연기에 목말라있던 고수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고수 소속사 측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화려하게 컴백할 수도 있었지만 고수가 연극 무대에 서고 싶은 바람을 강하게 드러냈다”며 “연출을 맡은 박근형 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조재현 선배의 힘이 컸다”고 전했다.
▲ 장진(왼쪽), 김지훈 감독 | ||
물론 연극 무대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출연 제안을 거절한 스타들도 더러 있었다. 올 한 해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A는 “연극 무대에 설 자신이 없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의 모습은 ‘드라마’라는 하나의 설정과 편집을 통해 만들진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라이브로 관객들과 만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몇 작품 만에 인기 스타로 급부상한 B는 연극 출연 제안에 처음에는 호감을 보이더니 출연료나 여러 가지 상황을 들어보고는 거절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반대로 자진해서 연극 무대에 출연을 요청한 스타들도 있었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나문희는 조재현의 <연극열전2>소식을 듣자마자 직접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연극이든,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으니 무대에 서게만 해 달라”며 간곡히 부탁했다는 후문. 결국 나문희는 <잘자요, 엄마>에서 엄마 역으로 발탁돼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물망에 올랐지만 아직 출연을 결정짓지 못한 예지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 팀장은 “현재 아홉 작품만이 캐스팅이 마무리된 상태여서 앞으로 두세 작품이 추가될 예정인데 예지원 씨나 최강희 씨가 후보에 올라있다”며 “특히 예지원 씨는 연극이 처음임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이한 점은 출연을 자청한 스타들은 물론, 출연을 결정한 스타들도 출연료에 연연해하지 않는 부분이다. 고수 측은 “일단 출연료에 대한 얘기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고 앞으로 천천히 상의해도 될 문제”라고 말했다. 황정민 측도 “돈을 위해서라면 연극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나문희 측은 “연극이 잘 되면 그때 달라”며 무료 출연도 불사하고 있다고. 이는 이순재도 마찬가지였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