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연구기관 한국전기연구원(KERI · 원장 박경엽)은 흔히 반지와 같은 장신구를 만들 때 사용되던 전기도금법의 원리를 이용해 3D 프린팅 분야의 향후 핵심소재인 금속을 쉽게 프린팅할 수 있는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금속소재를 녹여 프린팅하던 방식에 의존하던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적인 재료분야 학술지인 스몰지(Small)의 온라인판에 이어 지난 8월 26일자 표지논문으로도 게재됐다.
관련 특허는 지난 7월 30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개최된 ‘2015 한미 한인과학기술산업 학술대회(UKC 2015)’의 IP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연구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3D 프린팅 기술은 일부 중대형의 제품이나 기기를 출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을 구동하게 하는 핵심소자나 회로 등 금속성 주요 부품을 제작할 수는 없기에 완전 출력 제품(All Printed Device or Sensor)을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또 현재의 금속 3D 프린팅 기술로는 초소형의 정밀한 제품을 프린팅하기 어렵다.
마이크로미터급(㎛, 1μm=백만분의 1m)의 미세 구조체를 프린팅할 수 있는 금속 3D 프린터 역시 개발되지 않았다.
KERI 설승권 박사팀(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이 개발한 기술은 전기도금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양의 3차원(3D) 금속 구조체를 머리카락 보다 훨씬 가는 크기인, 수 마이크로미터급으로 프린팅하는 기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처음 이뤄진 성과다.
현재 3D 프린팅 관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사용 가능한 재료는 대부분 복합화합물인 폴리머 소재로 국한된다.
폴리머 소재 프린팅은 전자부품이나 설비 등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프린팅할 수 있는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3D 프린팅 적용분야를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외에서 금속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금속 3D프린팅 기술 역시 한계를 갖고 있다. 대부분 레이저나 전자빔 등 고에너지 열원을 이용해 금속으로 녹여 굳히는 ‘소결(燒結)’ 방식이고 그 때문에 주요 연구가 금속소재의 분말화와 열원의 정밀도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소결방식은 제작의 특성상 소재가격, 가공방법, 소결온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고에너지 열원 사용에 따른 폭발 위험도 있어, 일부 고부가가치 산업에만 적용된다. 이로 인해 관련 기술의 확산이 더딘 실정이다.
낮은 온도에서 저렴하고 간단한 공정으로, 3차원 금속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금속 3D 프린팅 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KERI 설승권 박사는 “이번 기술개발은 전기도금법이라는 우리에게 친숙하면서,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을 3D프린팅에 적용해 다양한 형상의 3차원 금속 구조체를 제작한 세계 최초의 성과”라며 “개발한 마이크로미터의 해상도를 갖는 금속 3D프린팅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인쇄된 3D 전기전자부품이나 설비 등의 제작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사물에 디지털기능을 인쇄함으로써 사물인터넷(IoT), 바이오센서 산업의 활성화 및 금속 3D 프린팅 기술 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미래형 웨어러블 스마트기기를 생산하는데 적합한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분야에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3D 전기전자부품 제조를 통한 관련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ERI는 현재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관련업체와의 기술이전을 통해 빠른 시일 내 ‘전기도금법 기반 금속 3D 프린터’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