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동영상 속 남자의 팔 문신은 개리의 것과 모양·위치가 모두 다르다. 사진은 개리의 미즈노 CF 촬영컷(한국미즈노 제공).
이런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연예계 관계자들은 “하물며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이 같은 일을 당한다면 심정은 어떨까?”라고 입을 모은다. 더 나아가 이런 루머가 확산돼 이미지가 실추됐는데, 영상 속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면 더욱 가슴을 칠 일이다. 섹스 동영상 루머에 휩싸인 배우 이시영과 그룹 리쌍의 개리가 “강력한 법적 대응”을 부르짖으며 “선처는 없다”고 외치는 이유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개리와 흡사한 외모를 가진 남성이 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일명 ‘개리 동영상’이라 이름 붙여진 이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불미스러운 루머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길 바라던 소속사도 결국 침묵을 깼다.
개리의 소속사 리쌍컴퍼니는 지난 8월 31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개리에 관련한 동영상에 대해 소속사는 개리가 아님을 밝히며 수사의뢰를 통해 유포자에 법적 대응할 것”이라며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돼 즉각 대응하지 않았으나, 기정사실화돼 영상이 퍼지게 되자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동영상 속 남성이 개리라는 근거로 활용됐던 타투는 오히려 개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동영상 속 남자는 왼팔에 타투가 있지만 개리는 오른팔에 있으며 문양 역시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속사 측은 동영상 속 실제 주인공이 소속사로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개리가 불미스러운 사건의 주인공이 아님을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인 셈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연예인들과 관계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대중이 루머를 기정사실화한다는 것이다. “뭔가 있으니 소문이 나는 것 아니겠어?”라는 섣부른 판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모양새다.
루머의 파급력과 확산 속도는 두 가지 장치를 통해 엄청나게 빨라졌다. 바로 SNS와 검색어. 유료 문자메시지 시절에는 루머를 대량 유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돈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무료 메신저의 등장으로 하나의 루머가 생성되면 순식간에 수만 명에게 전파된다.
이 단계에서는 사건이 공론화되진 않는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이를 다루는 언론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메신저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이들은 사실 여부와 기사 보도를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시작한다. 동시다발적으로 검색 빈도가 상승하니 ‘개리 동영상’이라는 단어가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이를 본 대중들이 또다시 해당 정보지와 동영상을 찾고 퍼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순간, 이를 기반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인터넷 언론사들의 활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루머를 확대재생산하게 된다.
동영상 피해자인 이시영.
타인의 민감한 행위를 촬영 후 유포하고 유명인을 해당 동영상의 당사자로 지목하는 것이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은 인지하면서도, 그 자체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또한 그 호기심은 굉장히 폭력적이라 떠도는 루머의 사실 유무를 떠나 연예인들은 그런 루머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 자체에 치를 떤다.
때문에 요즘 방송가에서는 몰카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에 여념이 없다. 언제 어떤 형태로 몰카가 등장해 연예인들의 은밀한 모습을 담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평소 익숙하게 다니던 방송사 대기실에서도 사용 전 구석구석 살피는 것이 일과가 됐다”며 “대기실에서 가수나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런 장소에서는 극도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 행사장과 같이 낯선 곳에 갈 때는 신경이 더욱 곤두선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에 구조를 잘 모르고, 외부인의 손길이 닿은 흔적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미 몰카 탐지기를 구입하는 연예기획사도 등장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유난스럽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연예인들은 노출이 담기지 않더라도 타인이 설치해놓은 몰카에 모습이 찍히고, 피해의 당사자가 됐다는 소문만으로도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다”며 “주어진 장소를 사용하기 전 탐지기로 가볍게 훑는 정도이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처법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연예계 전반의 불신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과 소속사 간 관계가 틀어질 때를 대비해 ‘보험’ 차원에서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한다는 루머는 꽤 오래전부터 업계에 나돌았다. 실체가 알려진 적은 거의 없지만 최근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이어지며 연예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인은 “매사에 한 번 더 의심해보고 주위를 살피게 된다”며 “나 역시 이 같은 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