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악성 루머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주인공만 바뀐 채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루머의 경우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재벌과 여자 연예인을 둘러싼 소문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한 내용은 재벌과 여자 연예인이 함께 차를 타고 밀회를 즐기러 가다 교통사고가 나 경찰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얘기. 이 소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는 어느 대기업 회장으로 매번 동승한 여자 연예인만 바뀐다. 한강 고수부지 관련 소문도 끊이지 않는데 이 역시 매번 등장인물만 바뀔 뿐 차량 안에서 밀회를 즐기다 순찰차에 적발됐다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위의 두 가지 반복 유형에는 모두 경찰이 등장하는 것은 루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여러 가지 소문이 하나의 큰 소문으로 합쳐지는 경우 역시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 나훈아를 둘러싼 악성루머가 대표적인데 애초 잠적설로 시작된 소문이 조폭관계설, 폭행설, 신체절단설, 후배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으로 다양해졌고 결국에는 야쿠자가 등장하는 종합판 소문으로 합쳐졌다. 이처럼 각기의 소문이 하나로 합쳐져 규모가 커지는 경우는 대부분 누군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가 기존의 소문을 재미삼아 합쳐놓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 과정에서 재미는 배가되지만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재벌가 일원, 정계 고위층 인사, 조직폭력배 등이 등장하는 루머들 역시 사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들과 여자 연예인이 연루된 루머는 어지간한 영화나 드라마를 능가하는 재미를 농축하고 있으나(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자주 쓰임) 현실에서 이들이 연루되는 일이 벌어지기는 쉽지 않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 할지라도 세인들에게 소문이 날 만큼 허술하게 진행될 리도 만무하다. 결국 등장인물이 화려하고 얘기가 재밌는 루머일수록 사실성이 떨어지는 루머일 뿐이라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상당수의 황당한 연예인 악성 루머에 이들이 등장했다.
또한 추측 가능한 루머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확률이 높다. 나훈아 루머의 경우 그가 부산 출신인 탓에 야쿠자가 등장했고 가수인 탓에 후두암이 거론됐으며 과거 영화배우 김지미와의 결혼발표로 인해 여자 영화배우들의 이름이 엿보였다. 노현정은 그동안 재벌가로 시집간 여자 연예인 가운데 이혼한 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이혼설이 휘말려야 했다. 이처럼 해당 연예인의 평소 이미지나 처한 환경을 바탕으로 추측이 가능한 루머는 누군가 이런 연관성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루머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루머가 현실이 돼 대형 사건에 휘말리는 연예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런 대형 사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대형 사건사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 돼서야 비로소 발생한다는 얘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