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도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간간이 이뤄져 왔던 게 사실이지만 비는 한 단계 다른 차원에서의 할리우드 진출입니다. 우선 이번 영화의 감독을 맡은 이는 제임스 멕테이그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했던 인물입니다. 세계적인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조엘 실버와 함께 공동 제작을 맡았는데 조엘 실버는 <매트릭스> <리셀웨폰> <다이하드> <프레데터> 등 5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한 히트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캐스팅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들이나 감독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확신을 갖지 못해 선뜻 캐스팅 제안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비의 경우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 주연이 아닌 조연 배우로 출연해 자신의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이는 박지성이 네덜란드 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프리미어 리그로 진출한 것과 비슷한 행보입니다.
<스피드 레이서>에서 보여준 비의 열의와 가능성을 눈여겨 본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제작을 맡은 이번 영화에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도록 적극 추천했다고 합니다. 물론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인정 여부가 할리우드 전반의 평가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영화 제목에 ‘닌자’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영화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비는 “서양인들에게 ‘닌자’는 일본이 아닌 ‘동양 무예인’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이런 서양인의 편견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라도 비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겸손함을 잃지 않는 그의 정진을 기대합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