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우들에겐 캐릭터의 상황이나 성격만큼 직업이 무엇인가도 중요하다. 바리스타나 파티쉐는 기본, 궁중요리사까지 소화해야 한다.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을 처음 들었을 당시 강성연은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피아노를 배워 잘 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체르니 30번’은 마스터해 중급은 되는 터라 열심히 연습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 그런데 첫사랑과 아이까지 버린 유학파 피아니스트에게 주어진 곡은 유명 피아니스트들도 어려워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이었다.
“영화 <수>를 찍을 때 액션 장면도 대역 없이 소화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대역의 도움을 받았어요. 어떻게든 제 힘으로 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대신 그 곡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들으며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객석의 관객들 리액션 장면을 촬영하는데 김자옥 선생님이 아무 곡이나 쳐보라고 하셔서 라흐마니노프 대신 칠 줄 아는 ‘엘리제를 위하여’랑 ‘은파’만 계속 쳐야 했어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