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한국 사회는 두 건의 여자 연예인 섹스 비디오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연이어 두 개의 비디오가 유출되면서 또 다른 연예인 섹스 비디오의 존재 여부에 촉각이 집중됐지만 다행히 더 이상의 비극은 없었다. 그러나 당시 연예계 현장을 지켰던 기자들과 연예 관계자들은 또 다른 섹스비디오 사건이 터질 뻔했던 아슬아슬한 순간이 몇 차례 더 있었다고 말한다.
그 중 최고는 지난 2001년에 있었던 이태란의 매니저(안 아무개 씨) 고소 사건이었다. 당시 이태란의 섹스 비디오 존재 유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수사를 담당한 방배경찰서 측은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뒤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안 씨가 다른 신인 여자 연예인과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가 존재한다는 언론 기사가 터져 나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경찰이 피의자의 집을 압수 수색한 결과 비디오테이프만 수백 개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방배경찰서 담당 형사는 “이태란 비디오는 물론 신인 여자 연예인의 섹스 비디오를 압수수색에서 확보했다는 얘기 역시 경찰이 확인해준 사안이 아니다”라며 “관련 기사가 대부분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란 사건이 잊혀질 만할 때 연예계는 또다시 ‘진관희 파문’과 흡사한 내용의 ‘카더라 통신’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만 했다. 연예계에서 카사노바로 소문난 한 남성 톱스타가 여러 명의 여자 연예인과 뜨거운 밀애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관하고 있다는 루머였다. 심지어 그 남성 톱스타가 문제의 섹스 비디오들을 집의 가전제품 속에 숨겨뒀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그 소문 역시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진관희와 유사한 방식으로 비디오가 유출된 사례도 있었다. 탤런트 A의 집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고장이 나 수리를 맡겼는데 그 안에 문제의 섹스 비디오가 들어있었고 결국 그 비디오는 외부로 전파되고 말았다. 하지만 A의 소속사에서 비디오에 나오는 여자가 A가 아니라는 걸 밝혔고 조작된 내용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사건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2000년에는 어느 여성 톱스타가 오래 전에 만난 연인과 촬영한 섹스 비디오가 제3자의 손에 들어가 협박을 받아 검찰에 내사를 부탁했던 사건도 있다. 소위 ‘L양 비디오’라고 알려진 사건인데 다행히 더 이상의 협박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다.
연예인의 섹스 비디오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진관희 파문과 마찬가지로 연인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촬영한 기념용 비디오가 있고 두 번째는 매니저가 신인 연예인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촬영한 보험용 섹스 비디오다.
다행히 2000년대 초반 연예계가 연이어 몸살을 앓으면서 보험용 비디오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두 건의 비디오 유출 사건과 각종 설들이 연예계에 쓰지만 좋은 약이 됐다는 것. “요즘에는 그런 비디오를 매니지먼트에 악용하는 주먹구구식 연예기획사가 거의 없다”면서 “깔끔한 계약이 이뤄져도 문제가 불거지곤 하는 요즘 상황에서 협박성 계약이 통할 리 없다”고 말하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도 있다.
문제는 기념용 비디오인데 이는 개인적인 취향과 판단에 달려 있는 사안이다. 디카나 폰카가 일반화된 요즘에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기념용 비디오나 사진을 촬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여자 연예인 매니저는 “회사가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관여할 수 없다”면서 “그런 탓에 매니저들이 여자 연예인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증거만 남기지 말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얘기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연예인 섹스 비디오 사건은 지난해 아이비 섹스 동영상 파문으로 이어졌다. 이 역시 기념용 비디오에 속하나 아이비 섹스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연예인들의 난잡한 사생활에 있다. 주로 이성이 마비된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즉석 만남을 통해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는 것. 연예인들만의 은밀한 밤 생활, 밤 문화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리그’가 때론 수면 위로 불거져 연예인 생활에 치명타를 날리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