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라의 위자료청구소송>은 이혼 사례를 재연하는 장면에서 베드신이 자주 등장한다. | ||
사실 표현의 수위가 문제였지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도 부부 문제는 좋은 소재로 각광받아왔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꾸준한 시청률을 자랑하며 롱런하고 있고 <미안해 사랑해(부부솔루션)> 등의 아침 프로그램들 역시 주부 시청자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표현 수위에 한계가 크고 소재 역시 제한적이다.
반면 케이블 TV는 표현과 소재의 한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문제는 단 하나, 프로그램의 사실성을 높여줄 일반인 출연자를 섭외하는 데 있다. ‘Story On’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이사고)>의 경우 실제 부부가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부부가 출연하는 것은 SBS <부부솔루션>을 비롯한 몇몇 아침 프로그램과 유사하지만 프로그램 성격은 판이하다. 교양프로그램인 <부부솔루션>에선 출연자의 요청에 따라 종종 가명과 모자이크 처리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가까운 <이사고>에서 모자이크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옵션이다. 게다가 소재 역시 <부부솔루션>이 부부 문제 전반을 폭넓게 다루는 데 반해 <이사고>는 부부의 성에 집중한다.
<이사고>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까닭은 일반인 부부 출연자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한다는 데 있다. 성생활을 비롯한 부부 문제를 다룬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페이크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는 데 반해 <이사고>는 이를 뛰어 넘은 것.
해법은 역시 ‘Story On’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박철쇼>에서 찾았다. 부부의 성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박철쇼>의 성공 요인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부부의 성문제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 주부토크단 ‘철''s 패밀리’에 있다. 출중한 외모의 주부들이 2부 코너인 ‘사랑의 기술 - 실전편’에 출연해 자위행위 오르가슴 구강성교 등 파격적인 소재를 솔직히 이야기하는 형식이 시청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당수가 ‘SBS 모델선발대회’ ‘도전! 주부모델’ 등에 참여했다가 아쉽게 탈락했던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방송 출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주부층을 섭외 대상으로 선정한 게 주효했다. 박철이라는 능수능란한 사회자가 주부토크단의 솔직한 얘기를 유도하고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씨가 균형을 잡아 준 게 성공 요인이 됐다. 지금은 2부 코너를 ‘우리들의 행복한 성’으로 개편해 부부의 성이 아닌 자녀의 성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진행자들. 실제 부부를 출연시키는 파격으로 눈길을 끈다. | ||
공중파에서 <사랑과 전쟁>이 인기라면 케이블에선 tvN 채널의 <김구라의 위자료청구소송(위청소)>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랑과 전쟁>과 마찬가지로 재연드라마를 중심으로 부부의 이혼을 다루고 있지만 <위청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례별 위자료를 책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재연 드라마 역시 베드신이 자주 등장할 정도로 표현 수위가 공중파와는 사뭇 다르다.
<위청소>에서 재연드라마로 소개되는 사연 가운데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상담 과정에서 접하는 사연 가운데는 방송 내용보다 심한 내용들도 많은데 더 이상 수습이 불가능해 이혼하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한다. 결국 <위청소> 역시 사실성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게 성공의 시금석이다. 이에 <위청소> 담당 작가는 “초반에는 인터넷 각종 사이트에 올라오는 주부들의 사연을 주로 사용했는데 요즘엔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오는 주부들의 사연을 주로 참조한다”면서 “극적 효과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재구성은 불가피하나 최대한 제보자의 사연을 충실하게 반영해 사실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프로그램의 급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너무 자극적인 방송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의 경우 <이사고>는 부부의 성과 같은 내밀한 부부 문제를 너무 가볍게 그려낸다는 지적을, <위청소>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간혹 너무 흥미위주의 방송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면서 “제대로 된 상담과 해결 방안 모색은커녕 부부 문제의 사례라도 관리되면 좋을 텐데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 아쉽다”고 얘기한다.
반면 너무 내밀하다 못해 감추려 애쓰다 곪아 버리곤 하는 부부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공론화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옹호의 목소리도 높다. 주부 시청자들 위주의 공중파 아침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케이블 TV는 주로 심야 시간에 방영돼 부부가 함께 보며 공감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손꼽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