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할 때 한 사람만 보듯 자신의 배역에만 푹 빠져 지낸다는 윤진서. 이번 영화에서도 그녀의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윤진서라는 스타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스타’의 타이틀을 달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여느 스타들과는 달리 오로지 영화 출연만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외하면 몇 편의 광고와 뮤직비디오 정도에서 가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심장이 영화를 향해서만 숨 가쁘게 뛰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번에도 그가 선택한 작품 역시 영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너무 감명 깊게 본 뒤 언젠가 윤종빈 감독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소속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스티 보이즈> 출연을 결심했다고. 강남에서 화려한 밤을 살아가는 호스트들과 그중 가장 잘나간다는 호스트를 사랑한 여자, 그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가 <비스티 보이즈>다. 윤계상과 하정우가 호스트로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영화에서 홍일점인 윤진서는 직업상 한 여자만을 사랑할 수 없는 호스트를 사랑하게 된 ‘지원’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캐스팅을 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었을 때 제가 먼저 시나리오를 구해봤어요.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자 신선하고 좋은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영화를 하겠다고 나섰고 아직 완성본을 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 영화들보다는 조금 더 편해 보인다.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는 내숭녀로 살아야 했고, <두 사람이다>에서는 가장 믿는 두 사람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 역을 맡아 하루 종일 핏물을 뒤집어쓰며 연기하기도 했다. 호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독특한 여성을 연기하기 위해서 윤진서는 어떤 준비를 했을까. 답은 ‘술’이었다.
“원래 주량이 약한 편인데 이번 영화에선 프리 프로덕션 단계 때부터 술을 참 많이 마셨어요. 그러면서 서로 수다도 많이 떨었고 그런 시간이 많아서였는지 영화 끝난 지금도 다들 친하게 지내요. 그런 게 영화 안에 녹아들어서 더욱 특별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나니 또 다시 술의 연속이었다고. 호스트를 중심으로 한 세계를 그린 영화의 특성상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여배우로서 날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이에 윤진서는 “술 먹고 난 다음날 아침에는 꼭 운동을 해 몸매를 유지해왔다”고 답했다. 그 덕인지 영화 개봉 전에는 절대 수위를 밝힐 수 없다는 베드신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쳤단다.
▲ <비스티 보이즈>의 한 장면(오른쪽이 윤계상). | ||
충무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하정우, 윤계상과 함께 공연한 청일점 여배우로서 과연 누구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이에 윤진서는 “촬영장에서는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많은 윤계상 씨가 이것저것 챙겨주고 잘해주셨어요”라며 “대신 술자리에서는 하정우 씨가 분위기 메이커를 도맡으셨죠”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저보다 경험이 많은 분들과 연기해서 그런지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두 분 다 성격도 좋으시고 제가 이전에 봐온 여타 남자 배우들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세요. 그런 분위기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 좋았죠.”
윤진서는 그간 꾸준히 영화를 찍어왔지만 세계 일주를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틈틈이 많은 곳을 여행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틈만 나면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해외로 나섰다고. 미처 여행할 만한 시간이 나지 않을 때는 영화와 책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니 그 시간을 이용해 어디론가 훌쩍 떠날 지도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인 셈이다.
사랑할 때 한 사람만을 보듯이 자신의 배역에만 푹 빠져 지낸다는 윤진서. 그의 영화 인생은 그래서 늘 화사하게 빛나는 봄빛인가보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