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바람둥이 역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안내상. 실제로는 아내만 사랑하는 일편단심이라고.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안내상과 마주한 김태진 리포터의 짐짓 도전적인 첫인사에 기자는 깜짝 놀랐다. 본래 <연예가중계>와 <조강지처클럽>은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대왕세종>이 KBS2로 옮겨 오면서 <연예가중계>의 방송 시간대가 <조강지처클럽>과 같아진 것. 결국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만난 것이다. 이에 안내상은 “아~예, 죄송합니다”라며 웃음으로 받아 넘긴다. 승자의 여유랄까. 그렇게 시작된 안내상과의 맛있는 인터뷰는 예상외로 박장대소의 연속이었다. 미워하다가도 웃을 수밖에 없는 한원수처럼 안내상은 재치와 유머, 그리고 진정성을 두루 갖춘 매력적인 배우였기 때문이다.
김태진(김):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요즘 정말 욕을 많이 먹고 있죠.
안내상(안): 예. 욕 좀 먹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의외로 많이들 웃으세요. 거의 포복절도를 하시더라고요. 물 뿌리고 이러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나만 보면 물 뿌리는 거 흉내 내고, 신발 벗는 것도 흉내 내고 그러면서 막 웃으시더라고요.
김: 혹시 봉변을 당한 경험은 없었나요? 뭐 음식점에서 쫓겨났다던지.
안: 언젠가 저희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할머니 네 분이 함께 탔어요. 그분들은 내릴 곳에서 내리지 않고 저를 에워싸고 얼굴을 쥐어뜯고 막 때리는 거예요. 비명을 지를 수도 없고 정말 수습이 안 되더군요. 다행히 정말 미워서는 아니고 나름 귀여워해주신 건데 정말 난처했었죠. 결국 우리집 층에 도착하자 “마누라한테 잘해”라고 말씀하시더니 다시 내려가시더라고요.
김: 그런 일까지 있었나요. 정말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인데 출연 결정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안: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끝나고 스태프들이랑 다 같이 태국에 놀러 갔는데 거기서 2박 3일 동안 진탕 술 먹고 놀았어요. ‘물쇼’에 ‘막춤’까지 정말 신나게 놀았는데 문영남 작가님은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웠대요. 제 취한 모습을 캐릭터화하면 재밌겠다 싶어 문 작가님이 만든 인물이 바로 ‘한원수’죠.
김: 한원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그게 모두 평소 취한 모습이라는 얘기네요.
안: 그렇죠. 가장 취했을 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웃음). 물론 평상시엔 안 그렇죠. 맨 정신에서 술 취한 상태의 모습을 끌어내 연기하는 것인데 조금 힘들긴 해요.
김: 어찌됐든 바람을 많이 피우는 역할인데.
안: 많이 피우지는 않죠. 그건 오해에요.
김: 아! 한 여자와 충실하게 바람피는 역할이죠. 드라마 속 한원수의 평소 모습이야 술에 취한 모습이라지만 실제 결혼 생활에서도 바람을 피우진 않죠?
안: 그럼요. 제가 그러면 이 자리에 못 나와 있죠.
김: 바람 한 번 안 피워본 사람이 한원수 역할을 그렇게 잘 소화해내는 데에는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연기력은 동료 배우들도 다 인정해주시죠?
안: 와이프가 못한다고 그래요(웃음). 억울해 죽겠습니다.
김: 왜 연기력을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김: 아! 자꾸 한원수 씨랑 인터뷰를 하는 것 같아요.
안: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말투가 툭툭 튀어 나와요. 우리 와이프한테도 그런 말투가 막 튀어나오곤 해요. 그럼 우리 와이프한테 ‘재수 없다’고 혼나곤 하죠.
김: 이번 드라마를 보고 가족들은 반응이 어때요?
안: 재수 없어 하죠. ‘한원수’가 현실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재수 없겠어요?
김: 선배님 연기 스타일을 두고 카멜레온 같다고들 얘기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왔어요. 이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어느 것이었나요?
안: <한성별곡>을 찍으며 왕이라는 걸 했잖아요. 전에 영화에서도 한 번 했었는데 부담스러우면서도 욕심이 났어요. 왕과 같은 절대자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겁 없이 덤볐는데 거기에 대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백성들을 이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왕의 마음을 생각하니 많은 아픔과 고통, 다시 말해 모든 인간의 희로애락을 내 가슴에 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제 마음이 너무 절절해지고 또 간절해지는 거예요. 그렇게 깊이 빠져들었던 작품이라 <한성별곡>에 강한 인상이 남아있어요.
김: 그럼 가장 안내상스러웠던 역할은 누구였나요?
안: 그거는 한원수 같기도 하고(웃음). 예, 솔직히 한원수가 제일 편합니다.
김: 프로필을 보고 놀랐어요. 대학 전공이 신학이네요.
안: 저는 어릴 때부터 목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교회에서 우리도 목사 한 명 배출하자며 장학금까지 주면서 저를 키웠고 저 역시 무조건 목사의 길을 갈 거라 생각했었죠. 좀 더 학문적인 밑바탕을 갖기 위해 연세대에 들어갔는데 그게 문제였어요. 학문적 접근을 위해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며 다른 사상과 비교하면서 엄청난 혼돈이 온 거죠. 고민과 유혹에 흔들리다 결국은 다른 쪽으로 길을 가게 됐죠.
김: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배고픈 시절을 보내셨을 거 같아요.
안: 그게 당연한데 저는 그렇게 살기 싫더라고요. 늘 술 마시며 서로의 한을 쏟아내고 배고프고 힘든 것에 찌들어 있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 난 좀 갖춰놓고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카페를 하나 얻었어요. 제가 장사수완이 좋은지 금세 돈이 모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괜찮게 수입을 유지한 상황에서 카페를 친구에게 맡겨 고정수입을 확보해놓은 뒤 연극을 시작했죠. 그래서 난 배고픈 연극배우라기 보단 풍족하게 동료들한테 술 사주는 배우였어요.
김: 혹시 젊을 때 너무 잘생겨서 여성 손님이 몰려 장사가 잘 된 거 아닐까요?
안: 없잖아 있겠죠. 저는 제가 아주 대단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얼굴이면 배우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배우 시작할 때도 얼굴로 먹고 살려고 그랬던 거지 연기로 먹고 살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김: (웃음) 정말 너무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대답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