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 출신인 홍진경은 ‘패션브랜드’ 대신 ‘김치 사업’으로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트려 주목을 받았다. | ||
한 시간에 2억~3억 원 정도의 매출은 거뜬히 올리는 곳이 바로 홈쇼핑이다. 그 중에서도 연예인의 브랜드는 매출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홈쇼핑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한 연예인들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연예인은 누굴까.
3시간 만에 12억 판매
국내 대표적 홈쇼핑 업체인 GS CJ 롯데 현대 등은 하나같이 이혜영을 홈쇼핑 내 최대 매출자로 꼽았다. 이혜영의 제품을 방송하고 있는 CJ홈쇼핑의 김형철 대리는 “패션 브랜드 ‘미싱 도로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혜영 씨는 홈쇼핑에 입성한 지 5년차인 장수 연예인 사업가”라며 “2005년에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해 새로 시작한 속옷 브랜드를 포함해 200억 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대략 4년간 500억 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특별 편성으로 이혜영의 브랜드 상품이 방송됐을 때에는 3시간 만에 12억 원의 판매 수입을 나타내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그 뒤를 잇는 스타는 패션브랜드 ‘엘라호야’의 변정수다. 변정수 역시 2004년에 홈쇼핑에 입성해 홈쇼핑 주 시청층인 30~40대 여성에게 꾸준히 어필하고 있다. 지난해 16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총 4년간 연간 100억 원씩의 수입을 기록했다. 3위는 속옷 브랜드 ‘엘리프리’의 황신혜. 연간 매출 100억 원 정도로 이승연의 패션 브랜드 ‘어바웃 엘’과 비슷한 매출 신장세를 나타내지만 이승연은 지난해 홈쇼핑에 입성, 총매출로 보자면 황신혜가 단연 앞선다. 이 외에도 김치 사업 ‘더 김치’로 성공한 홍진경, 엄정화의 속옷 브랜드 ‘코너 스위트’, 최근 입성한 안재환 정선희의 화장품 브랜드 ‘세네린’ 등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해 대박 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섣불리 자신의 인지도를 믿고 철저한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연기자 김수미와 가수 진미령의 음식사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평소의 요리 실력은 소문난 스타들이었지만 기존 음식업계시장에 진출해있는 업체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홈쇼핑 채널이 아닌 케이블 광고 방송을 통해 홍보에 나서 한계가 분명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홈쇼핑 광고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고 있는 이혜영과 변정수. | ||
인지도 믿다 실패 많아
채연 역시 속옷브랜드 ‘시클로젯’을 론칭, 홈쇼핑에 진출했지만 성공을 맛보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채연의 실패 이유에 대해 “너무 섹시해서”라고 답했다. 섹시스타 채연에겐 어울려도 일반 여성들이 입기엔 너무 섹시해 구매가 많은 만큼 반품도 많았다는 것. 결국 화면을 통해 구매 욕구를 느꼈지만 배달받고 직접 입기엔 부담스러웠다는 얘기가 된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소수 특정계층에서는 호감도가 높았는데도 전체 판매량 지표로 봤을 때 매출이 낮았을 뿐”이라며 “홈쇼핑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상대적인 기준이다. 틈새시장을 노렸다는 측면에선 채연 씨의 제품이 반드시 실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연예인 A는 역시 속옷 브랜드로 홈쇼핑에 뛰어들었으나 ‘품질’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홈쇼핑 내에서도 ‘벤더(홈쇼핑 업계 용어로 연예인의 이름을 걸고 해당 연예인 콘셉트에 맞게 실질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획사)’가 체계적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연예인 A가 지닌 섹시 콘셉트로 제품을 급조한 것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결국 방송 초기 높은 매출을 올렸던 A의 제품은 곧 50% 정도가 고스란히 반품돼 해당 홈쇼핑 업체를 비롯한 ‘벤더’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후문이다.
연예인 아닌 CEO로
그렇다면 비슷한 인기와 패션 감각을 갖추고 있음에도 소수의 연예인만이 사업에 성공하는 비결은 뭘까. 그 첫째 조건으로 홈쇼핑 관계자들은 스타의 철저한 사업적 마인드를 꼽았다. 홈쇼핑 업계 내에서 이혜영과 홍진경 등 성공한 스타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이 사장’, ‘홍 사장’ 등의 호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스타들 역시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 그 호칭을 더 선호한다는 것. 또한 방송 전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며 방송 소품부터 제품 소개 멘트의 단어 하나까지 꼼꼼히 따지는 연예인들의 매출 성적이 좋다는 것이 홈쇼핑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 채연(왼쪽), 현영. | ||
앙드레 김의 꼼꼼함도 업계에서는 소문이 파다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홈 인테리어 사업 론칭쇼 당시 한 시간 전에 행사장을 찾아 무대조명, 소품을 비롯해 모델들의 헤어스타일까지도 손수 점검했다고. 이런 사례들은 스타들이 자신의 사업에 지대한 애착과 관심을 쏟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품질은 당연히 기본
스타들의 방송 참여도도 성공에 한몫한다. 현대홈쇼핑의 오형주 대리는 “연예인이 자신의 브랜드 방송 때 직접 출연하면 시청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신뢰도도 높아진다”며 “통상적으로 스타가 출연할 때와 하지 않을 때 매출이 20%이상 차이 난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에 가장 적극적인 스타는 바로 홍진경. 그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 방송마다 직접 출연해 상품을 홍보해왔다. 이혜영은 방송 두 번에 한 번은 반드시 출연하고 있으며 얼마 전 드라마 촬영을 끝낸 변정수 역시 촬영이 없을 때면 꼭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저한 사업 준비도 필수 요건이다. GS홈쇼핑의 신진호 차장은 “연예인 브랜드는 트렌디한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시즌에 맞춰 재빨리 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과 시즌에 맞는 패션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품의 ‘품질’은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조건이다. 홈쇼핑의 특성상 단시간에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연예인 안티팬을 양산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연예인들은 품질을 비롯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홈쇼핑에 뛰어든 연예인들의 성공에 힘입어 연예인 브랜드 진출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인기 있는 내가 하는데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사업가로 변신할 수 없다. 실제로 사업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스타들은 연예활동보다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홈쇼핑 관계자들 역시 “연예인 브랜드도 사업인 만큼 신뢰도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