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 소음과 진동 때문에 인근 주민들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산성터널 입구 공사현장.
특히 인근지역 주민들이 대다수 아파트 거주자인 탓에 그동안 재산권 침해 등을 우려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시공사와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은 메울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또 부산시가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시공사를 봐주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또 다른 논란도 예고하고 있다.
부산 산성터널은 민간투자사업으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는 3004억 원이며 포스코건설이 주관사로 시공을 맡고 있다. 터널 굴착 부분은 ㈜우원개발이 도급을 맡았다. 2013년 8월 착공했고 지난해 4월 10일 기공식을 가졌다.
이러한 부산 산성터널 공사현장의 금정 측 입구에는 중형급 아파트 두 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중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A 아파트가 300여 세대, 상대적으로 오래된 B 아파트가 190세대에 이른다. 기타 다세대주택이 몇 가구 분포해 있다.
해당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 건 지난 4월이었다. 터널 굴착을 위한 발파가 본격화된 이후부터였다. 주민들이 원청인 포스코건설을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조용해진 것은 그때뿐이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비대위를 구성해 나섰지만 그 역시 역부족이었다.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언론 등에 이를 알리는 등 강력하게 나서지 못하고 시공사와 부산시만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창문이 부서지고 벽에 금이 가는 피해를 당하고도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웬일인지 터널굴착 도급사인 ㈜우원개발 현장소장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 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추진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주민들을 분노케 한 것은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시공사들의 이중적인 태도였다. B 아파트 주민 C 씨는 “비대위 구성 후 협의과정에서 포스코건설 측이 하루 폭약사용량을 80㎏ 이하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을 팽개치고 최근 들어 현재까지 폭약사용량을 두 배 이상 늘어난 160㎏가량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가 주민들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리자 일부 주민들은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B 아파트 주민 D 씨는 “이젠 재산권 침해도 감수해야 할 만큼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특히 자기 조직의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시공사에 조그마한 희망을 갖는다는 게 부질없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부산시의 미온적인 관리감독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해당 현장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두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각 2회씩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비대위 간담회를 수차례 가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A 아파트 주민 E 씨는 “시가 그동안 주민설명회를 가졌다고 하지만 주민들 대다수는 설명회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면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마지못해 아파트단지를 찾아 형식적인 모임을 갖는 게 전부였다”고 강조했다.
B 아파트 주민 C 씨는 “부산시가 주민들의 민원을 위해 펼친 행정이 허구였다는 것은 현재의 폭약사용량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주민들 입장에선 시공사나 부산시나 결국 ‘한통속’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 산성터널 금정 측 현장과 관련한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부산시가 시민들을 위한 행정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