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양은 최근 <쩐의 전쟁> 번외편 4회분 출연료 중 3억 41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김옥빈과 출연했던 <쩐의 전쟁> 번외편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 ||
최근 배우 박신양은 출연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쩐의 전쟁> 번외편 4회분 출연료로 받기로 한 6억 2000만 원 중 3억 4100만 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동료배우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출연료도 문제지만 그의 방식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
박신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할리우드 배우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시간외 수당을 비롯해 본격적인 촬영 전 리허설 때는 본인 대신 리허설 배우를 내세우는 것. 이런 까닭에 회당 200만~300만 수준의 출연료를 받는 조단역급 배우들은 박신양이 회당 1억 5000만 원 이상을 받았다는 얘기에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박신양의 리허설배우가 30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자 격분하는 중견 배우들도 있다. 중견배우 A는 “내가 드라마에 출연하면 회당 200만 원을 받는데 리허설 배우가 300만 원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박신양 측은 이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리허설 배우에게 지급된 출연료는 제작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박신양 개인이 지급했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드라마의 성공과 출연자 모두가 출연료를 받는 것은 별개 사안으로 <태왕사신기>가 대표적이다. 드라마의 큰 성공으로 주연배우들은 일본까지 건너가 환영받고 있지만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배를 주리고 있다. 드라마 종영 후 6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조연급들은 그나마 요즘 <태왕사신기>의 일본 프로모션 성공에 기뻐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 프로모션을 통한 수익 창출이 출연료 지급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희망 때문이다.
▲ <태왕사신기>의 한 장면. |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연료 지급에 허덕이다 못한 제작사들이 조연배우의 출연분량을 줄이거나 배역을 없애고 있는 것. 이런 까닭에 출연자가 많은 사극에서는 조연배우들이 “나는 언제 죽는 거냐”며 역사책을 뒤지기까지 한다. 이런 경우 대본에는 없지만 출연분량이 있는 배우들 옆에 앉아 한 번이라도 카메라에 비춰지는 꼼수를 이용, 출연료를 받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 조연 전담 탤런트로 알려진 D는 비중 있는 역할로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출연료를 아끼고자 하는 제작사의 묘책으로 2~3회분에 한 번 정도만 출연하게 됐다. D는 PD에게 통사정을 했고 이에 PD는 대본에 없었던 장면에 D를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출연료가 지급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외주제작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발생한 출연료는 지급해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조연배우들의 원성이 높아만 가고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이런 현실이 모두 스타를 중심으로 하는 방송사의 편성결정과 외주제작사의 무책임함, 같은 배우들을 생각하지 않는 일부 스타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악순환”이라며 “방송사, 외주제작사, 배우들의 노력을 통한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