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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소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주노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만남에 앞서 연결된 전화통화에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이주노는 매우 침착하게 기자를 맞이했다. 한 시간 넘게 계속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과연 어떤 경위로 그가 1억 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사기죄로 고소된 것이었을까.
“함께 피소된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절친하게 지내던 형이었다. 또 한 명은 그 형 소개로 만난 사이였는데 그분 소개로 A 씨를 알게 됐다. 친한 형이 급하게 돈이 필요해 A 씨에게 1억 원을 빌리게 됐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 동행했다. 아무래도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유명 연예인인 내가 같이 서명을 해야 A 씨가 더 안심할 것 같아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 서명을 한 것은 분명 나의 실수이고 잘못이다. 하지만 결코 내가 쓰려고 돈을 빌린 건 아니었고 다만 아는 형을 돕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1억 원이나 되는 돈을 빌리는 장소에 동행해 서명까지 해줬다는 부분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으며 결국 사기죄로 함께 피소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왔다는 질문에 대해 이주노는 ‘믿음’과 ‘무지’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 당시에는 그 형이랑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는데 1억 원 정도는 별 무리 없이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었고 별 부담 없이 서명을 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면 내가 사업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런데 그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일이 잘 안되면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연예인으로 지내다 보니 내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데다 사람을 너무 잘 믿는 편이다. 피소되는 상황까지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일에 연루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전혀 안 할 수도 없고….”
이주노와 함께 피소된 두 명이 작성한 약속어음 발행확인서에는 돈의 용도가 조이토토 회생비용이라고 써 있었다. 이런 까닭에 이주노와 조이토토가 어떤 관계일까 하는 부분도 의문으로 남았었다. 조이토토는 인터넷 복표 사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하는 업체로 ‘최규선게이트’에 연루돼 화제가 됐던 (주)타이거풀스의 계열사 타이거풀스아이와 합병한 뒤 (주)로토토로 상호를 변경했고, 게임 제작회사 조이온이 이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하면서 상호가 조이토토로 변경된 회사다. 이주노의 설명은 이랬다.
“함께 피소된 형하고 조이토토 대표가 각별한 사이로 나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조이토토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결국 그 형이 A 씨에게 돈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일이 잘 안 풀리면서 조이토토는 결국 상장 폐지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 형은 A 씨가 채무를 변제하라고 얘기할 때마다 계속 시일을 더 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나중에는 A 씨가 내게도 연락을 취해왔지만 그 형이 곧 갚을 거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몇 달 동안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렇게 절친했던 그 형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그러는 사이 이주노는 매우 힘겨운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새 싱글앨범 작업이 다음 주부터 녹음에 들어간 후 곧 온라인에서 론칭할 계획이었고 뮤지컬 제작과 관련해서 투자 유치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일이 터진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상황에 처하는 이들이 나 말고도 많다. 연예인이란 굴레가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주는 것 같다.”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이후 음반제작자로 변신한 이주노는 영턱스클럽 등을 키워내며 성공가도를 달렸었다. YG패밀리를 이끌며 성공한 음반제작자 양현석보다 시작은 이주노가 더 화려했던 것. 그러나 영턱스클럽 4집, 허니패밀리 1집, 김선아 솔로앨범 등이 연달아 실패한 데다 IMF 외환위기 후폭풍까지 겹쳐 회사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첫 솔로앨범도 발표했지만 그 역시 실패하면서 회사 문을 닫게 됐다.
2002년 2집 <주.노.프레젠트 아시안(Ju.No.Presents Asian)> 앨범을 발표한 뒤 이주노는 5년가량 가수 활동을 중단한 뒤 잠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동안 공연 연출가로 <프리즈> 를 무대에 올렸고 팝핍현준 등을 배출한 고릴라크루라는 비보이 팀을 결성하기도 했다. 또한 부산에서 힙합클럽을 운영하고 ‘댄스머신’이라는 힙합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사업가로서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 다시 5년여 만의 컴백 계획을 세운 그는 요즘 한창 싱글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새로운 뮤지컬을 제작해 오는 10월쯤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새로운 첫 발을 내디디려는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맥이 확 풀려 버렸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문제가 됐던 사안도 원만히 해결될 거라고 하니 다시 새 앨범 준비와 뮤지컬 제작에 온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 이제 곧 대중들 곁으로 돌아가게 되는 데 다시 한 번 그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