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일지매>의 촬영 현장에서 만난 이영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김태진(태진): 마지막 촬영까지 모두 마친 느낌이 어때요?
이영아(영아): 사실 저는 19부에서 끝난 줄 알았거든요. 그때 수고 많았다며 종방연에서 보자고 모두와 인사했는데 갑자기 20회 에필로그 한 장면 때문에 오늘 또 왔어요. 왜 또 왔냐고 하면서도 다들 반가워해줬어요.
태진: 촬영 내내 많이 힘들었죠? <황금신부> 끝나고 곧바로 <일지매> 촬영을 시작했는데.
영아: 그렇진 않았어요. 여태까지는 <황금신부>처럼 타이틀 롤을 주로 맡았는데 이번엔 (이)준기 씨가 타이틀 롤이라 저는 좀 여유로웠죠. 그런데 편하니까 나태해지더라고요. 다만 릴랙스해지니까 연기는 편하게 나오더라고요. 늘 이것저것 준비하고 분석하고 그랬었는데 여유로울 때 더 편하고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처음으로 즐기면서 작품을 했던 거 같아요.
태진: 그래도 날도 많이 새고 고생이 많았다던데.
영아: 그럼요. 새벽에 나와서 새벽에 들어가는 날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준기 씨는 아예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많을 만큼 고생했거든요.
태진: 일지매가 은채하고 연결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봉순에게 프러포즈를 해 화제가 됐어요. 사실 드라마 내내 일지매와 은채의 러브라인이 강조됐었는데 그런 모습이 조금은 섭섭했을 거 같아요.
영아: 그럼요. 시청자들이 둘의 사랑에 흥미를 보이니까 조금은 섭섭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당연히 저한테 올 줄 알았거든요. 늦게나마 일지매가 봉순에게 프러포즈해줘 다행이죠.
태진: 본래 시놉시스에서부터 일지매하고 봉순이가 연결되는 거였나요?
영아: 아니, 그냥 제 느낌이 그랬어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태진: 촬영 현장에서도 은채 역할의 한효주 씨하고 경쟁 구도가 형성됐을 거 같기도 해요.
영아: 아니에요.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아 촬영장에서 만날 일이 많지 않았어요. 효주하고는 전에 같은 미용실을 다녀 친한 편이에요. 대신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던 준기 씨하고 안길강 선생님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회식을 했는데 준기 씨 주량이 상당하더라고요. 저도 주량에는 자신이 있어 지지 않으려고 계속 마셨는데 정말 죽기 직전까지 마셨던 거 같아요. 그리고 엄청 친해졌죠.
태진: 봉순이라는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나요? 제 주변에선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어울린다고들 하던데.
영아: 사실 캐릭터는 마음에 안 들었어요. 또 발랄하고 털털한 애 역할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많았거든요. 매번 이런 역할만 하는 배우로 굳어지는 게 싫었죠. 그리고 봉순이가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지도 몰았어요.
태진: <일지매>를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영아: 정말 많이 다쳤어요. 그런데 리허설이나 혼자 연습할 때만 다쳐 카메라엔 다치는 모습이 한 번도 찍히지 않았어요. 심지어 제천에 있는 세트장에 제가 머리를 부딪쳤던 나무기둥에 하얀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예요. 말 타다가 낙마해서 척추에 금이 가기도 했고. <일지매>에서 말 타는 장면이 나온다기에 혼자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런데 정작 촬영을 시작하고 보니 말 타는 장면이 없는 거예요. 종반부에서야 드디어 말 타는 장면 대본에 제 이름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그냥 말 뒤에서 뛰는 장면이더라고요.
태진: 그래서 결국 말 타는 장면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영아: 네. 대신 취미가 하나 생겨서 좋아요. <일지매> 출연진 가운데 제가 말을 제일 잘 타요. 시간이 좀 많았거든요(웃음). 시간 날 때마다 동생이랑 같이 문경 가서 배워 손 놓고 활 쏘는 장면까지 마스터했어요. 무술팀하고 같이 배워서 더 잘 배운 거 같아요.
태진: <일지매>가 동시간대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됐는데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좋았던 거 같아요. 그 비결이 뭐예요?
영아: 안 예쁘잖아요. 친한 분이 술자리에서 얘기해 줬는데 제가 예뻤으면 사람들이 질투 나서 안 봤을 거래요. 좀 작은 애가 막 뛰어다니니까 연민을 가지고 보는 거라고. 동생 같고 딸 같고 동네 사람 같기도 해서 시청자들 눈에 쉽게 익은 게 아닌가 싶어요.
태진: 이거 약간 연예인 망언인데. 예쁜데 왜?
영아: 화면에 안 예쁘게 나와요. 저 실물이 낫죠?
태진: 예, 실물이 완전 예뻐요. 얼굴도 작고.
영아: 감사합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생각을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태진: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배우의 길을 걷고 있어요. 무용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영아: 전혀 아쉽지 않은 게 전 그만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남동생이 무용을 하면서 뮤지컬 공부도 같이 하고 있거든요. 대리만족이지만 무용하는 동생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연기도 무용의 연속동작이라 무용이 연기에 큰 도움이 돼요. 장쯔이가 세계적인 배우가 된 이유 역시 네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기 때문이에요. 비록 몸은 작지만 칼을 한 번 휘둘러도 몸 쓰임이 다른 배우와 다르거든요.
태진: 장쯔이가 롤 모델인가 봐요.
영아: 장쯔이를 운이 좋은 배우 정도로 보는 분이 많지만 저는 그가 정말 노력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장쯔이를 보면서 나도 몸이 작지만 무용으로 다진 몸 쓰임으로 좋은 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해요.
태진: 아니 무용으로 몸 쓰임을 다진 분이 왜 이렇게 잘 부딪히고 떨어지고 그래요?
영아: 아! 제가 조금 몸을 험하게 쓰는 편이에요(웃음).
태진: 장쯔이는 외국 배우고 국내 배우 가운데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누군가요?
영아: 안성기 선배님요.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한번은 안성기 선배님 추천으로 영화에서 모녀로 나올 뻔했는데 아쉽게도 영화가 엎어져 좋은 기회를 놓쳤어요. 그러고 보면 <황금신부> 땐 선배님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태진: 왜요?
영아: 안성기 선배님 전공이 베트남어잖아요. <황금신부>에서 라이따이한 역할을 맡아 베트남어 대사가 종종 나오는 데 대충하려고 해도 자꾸 선배님이 걸리는 거예요. 베트남어 대사를 대충 해도 다들 모르고 넘어가겠지만 베트남어를 공부한 선배님의 눈까지 피할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태진: <황금신부> 때문에 베트남에서 이영아 씨 인기가 폭발적이래요. 그 작품도 많은 걸 남겨준 드라마였죠?
영아: 많은 걸 배웠죠. CF가 많이 떨어진 게 아쉽지만 배우로서 정말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태진: 데뷔 이후 거의 한 번도 쉬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도 벌써 차기작이 결정돼 있나요?
영아: 아니요. 이번에 처음으로 조금 쉬려고요. 지금까지는 계속 달려만 온 거 같아 이번에 조금 쉬면서 뒤를 돌아보려고요. 에너지 충전해서 금방 돌아올게요.
정리=부안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