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객>의 주 공간인 운암정은 여러 장소를 조합해놓은 가상의 공간으로 삼청각, 한국의 집, 봉래정 등 6개 건물로 표현했다. | ||
얼마 전 종영한 <달콤한 인생>은 럭셔리 드라마로 불린다. <달콤한 인생>이 이런 수식어를 얻은 데에는 통속적 불륜을 미스터리에 잘 버무린 스토리와 영상미,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화려했던 주인공들의 집이 한몫 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 위에 천국인 양 세워져 있던 강 회장(조경환 분)의 별장은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한 중견 사업가의 집이다. 개인 소유인지라 정원에서만 촬영하는 조건이 붙었지만 사용료는 한 번 촬영갈 때마다 60만 원씩을 지불했고, 관리인 2명에게도 매번 수고비로 10만 원씩 지불했다고 한다.
하동원(정보석 분)의 집은 분당에 위치한 개인 소유의 집이다. 이곳 역시 조건이 까다로워 현관 및 주차장만 촬영하고 내부 장면은 따로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고 하는데 드라마 내내 사용하는 조건으로 300만 원의 사용료를 냈다.
이준수(이동욱 분)의 집 역시 분당 ‘파크 뷰’다. 부유함과 좋은 전망을 동시에 보여주길 원했던 감독의 주문에 ‘파크 뷰’ 꼭대기층을 빌렸다고. 하지만 모두를 ‘파크 뷰’ 안에서 촬영한 것은 아니다. 이준수 집 중 베란다 장면만 실제 파크 뷰에서 촬영됐을 뿐 나머지는 세트장을 따로 지었다. 그럼에도 시간 당 50만 원의 촬영 사용료를 지불했다. “금액 부담은 있었지만 ‘파크 뷰’ 앞 길가 풍경도 좋고 전체적으로 그림이 잘 나와 만족했다”는 게 제작진 측의 설명이다.
드라마 <행복합니다>에 등장하는 박서윤(김효진 분)의 집도 분당에 있는 개인 소유의 저택으로 좋은 집을 찾기 위해 부촌을 돌아다니다가 공원도 있고 길가에 있는 여건이 맞아 떨어져 섭외했다. 이 집 역시 외부만 촬영했을 뿐 내부 모습은 세트장이다.
드라마 <종점>을 리메이크한 주말극 <내 여자>에 등장하는 동진그룹 장 회장의 저택은 가평에 위치한 ‘리츠칼튼 CC의 클럽하우스’다. “클럽하우스가 집으로 변신한 것은 대외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제작진은 “스케일이 커야 하는데 클럽하우스만한 곳이 없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비용은 워낙 비싸 말할 수 없다는 제작진은 2~3개월 간의 노력 끝에 장소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지만 한창 성수기라 일주일에 한 번 오후만 촬영하는 조건도 맞추기가 힘들다고. 또한 저택의 웅장함을 위해 정문은 골프장 옆 디지털 학교를 통과해서 클럽하우스로 오는 길을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로 재구성했다.
그런가 하면 <온에어> 오승아(김하늘 분) 집은 지난해 디자인 건축상을 받았던 평창동의 저택이다. 내부는 비밀을 조건으로 한 한 연예인의 집이라는 게 제작진의 귀띔이다.
▲ 운암정의 별실 건물 및 연못으로 나오는 경주의 라궁(맨 위). 가운데는 벽초지문화수목원(운암정 내의 정원 및 호수), 맨 아래는 삼청각(운암정의 건물로 사용) | ||
<황금신부>와 <불량커플> 섭외부장이었던 노윤서 씨는 “<황금신부> 때 서울에 위치한 최고급 빌라를 찾았는데 워낙 특별난 사람들이 살다 보니 섭외가 쉽지 않아 5일 동안 빌라 앞에서 진을 친 후에 출입이 가능했고, 빌라 내 거주자들을 전부 돌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며 “허가가 난 후에도 ‘우리는 돈도 필요 없다. 빨리 찍고 나가라’며 절대 위치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불량커플> 때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한남동의 한 빌라였던 탓에 대화가 통하지 않아 섭외가 어려웠다는 후문.
비단 부유층 주택을 찾는 것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평범해 보이는 집을 찾기 위해서도 제작진은 고군분투한다.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 등장하는 김한자(김혜자 분)의 집은 군산에 있는 가정집이다. 그저 평범한 주택이지만 로케이션 매니저는 무려 세 달 동안 전국을 돌며 집을 찾아 헤매야 했다. 작가와 감독이 원하는 곳이 2층짜리 집과 단층집이 마주보고 있되 정원이 넓은 대문 하나짜리 집이었기 때문. 게다가 집과 연결된 세탁소 및 수선실이 있어야 했고 건너편에는 아파트가 서 있어야 해 적합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군산에서 찾은 이 집은 드라마 내내 촬영하는 조건으로 300만 원의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말드라마 <행복합니다>의 이준수(이훈 분) 집은 과천에 있는 가정집이다. 밤 촬영도 있고 조명 등 주변인에게 피해 줄 요인이 많아서 집주인이 꺼려하기도 했지만 외부만 촬영하겠다는 끈질긴 설득으로 섭외에 성공했다. 그런데 밤 촬영으로 인한 조명 설치로 잠을 설치거나 마당 잔디가 파손되기도 해 이런 부분은 촬영 사용료 외로 철저하게 보상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 등장하는 나화신(오현경 분)의 오피스텔은 일산 백석역 근처에 있는 ‘디아뜨’오피스텔이다. 극중 한원수(안내상 분)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찾아와 싸우고 소음을 내는 장면이 많아 사전에 관리사무소를 통해 입주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제작진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다. 이곳은 하루 촬영에 33만 원을 내고 사용한다.
▲ 맨 위는한국음식문화체험관(운암정 장독대). <엄마가 뿔났다> 김혜자의 집. 맨 아래는 <황금신부>에서 예원으로 등장했던 필경재. | ||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건물의 촬영 사용료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제작진은 “장소협찬으로 홍보가 되니 비용을 받지 않는 곳도 있고 ‘삼청각’ ‘한국의 집’ 등 유명 업소는 업소에서 정해놓은 대관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삼청각’과 ‘한국의 집’에 정확한 비용을 확인해봤다. ‘삼청각’측은 “상업적 목적, 찍는 건물과 상황에 따라 비용이 달라 정확한 비용을 말할 순 없지만 최소 시간당 20만 원부터다”라고 짧게 답했다.
영업시간 외에만 촬영하도록 허가하고 있다는 ‘한국의 집’ 측은 “비용은 2시간에 150만 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영업손실금을 지불하거나 촬영진이 식사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업소 모두 촬영시간과 장소에 따라 할인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황금신부>에서 허복례(정혜선 분)가 운영하는 전통음식집 ‘예원’으로 등장했던 곳은 서울 강남 수서역 부근에 위치한 ‘필경재’라는 한식집이다. 총 64부작이었던 터라 어떤 장면이 그려질지 파악하기 어려워 아예 영상미가 돋보이고 공간감이 있는 곳으로 찾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드라마 국장 연출자 작가와 상의 및 결정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섭외기간으로 총 두 달 정도를 소요했으며 비용은 연장분을 포함해 드라마 전체 촬영 사용료로 100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 장소를 섭외하는데 2~3달이 걸리는 것은 보통”이라며 “비용도 무료 혹은 10만~1500만 원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