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KBS 본관에서 만난 신봉선.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면서도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태진(김): 요즘 많이 바쁘죠? 월화수목금금금, 거의 하루도 못 쉰다던데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겠어요.
신봉선(신): 내일이 휴가예요. 단 하루지만 정말 몇 달 만에 하루 쉬는 거예요. 흑흑ㅜㅜ.
김: 그럼 내일은 뭐해요?
신: 별다른 계획은 없어요. 보통 쉴 땐 친구들하고 커피 마시며 수다 떨어요.
김: 커피하고는 좀 안 어울리는데. 술도 잘하잖아요.
신: 술 마시면 다음 날 녹화하는 데 조금 힘이 들어서 잘 안 마시는 편이에요. 어디 놀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놀러 다니다 하루가 훌쩍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까워요.
김: 아니 봉선 씨처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하면 대부분 개그 프로그램에선 하차하잖아요. 개그 프로그램은 계속 아이템 회의에 참석해야 해 다른 스케줄 병행이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신: 안 그래도 최대한 아이템 회의에 참석하려 하는데 쉽지 않아요. 우리 코너 녹화 끝나면 다른 코너 녹화 중이지만 곧장 아이템 회의를 해요. 내 스케줄 때문에 선배님들이 배려해주는 거죠. 다행히 ‘대화가 필요해’는 코너 구성상 다른 코너에 비해 조금 아이템 잡기가 쉬운 데다 워낙 노하우가 뛰어난 선배님들과 함께해 비교적 편하게 가고 있어요.
김: 유독 개그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큰 거 같아요.
신: 모든 프로그램에 다 애착이 있죠. 그렇지만 프로그램마다 색깔은 다 다르잖아요. 개그는 손이 많이 가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 호흡 맞추는 과정이 정말 재밌어요. 그 매력에 이끌리는 거죠.
김: 개그에서 버라이어티까지 완전 신봉선 전성시대예요. 본인은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신봉선만의 매력 때문일까?
신: 매력이라기엔 조금 부끄럽고 시청자들이 친근감에 높은 점수를 주시는 거 같아요. (박)경림이 언니 이후 이런 캐릭터가 한 번도 없었잖아요. 그냥 친구 같고 옆집 동생이나 누나 같은 편안함을 예뻐해 주는 거 같아요.
김: 아니 동료 연예인들도 봉선 씨 매력에 흠뻑 빠졌나 보던데. 박지성 선수, 이지훈, 이재훈 씨 등이 봉선 씨를 이상형으로 손꼽았잖아요.
신: 박지성 선수 얘긴 <무한걸스>에서 ‘낚시’성으로 한 말이 좀 커진 거구요. 다른 분들은 그냥 녹화 분위기 흐름을 따라가다 그런 말씀을 해준 거 같아요. 그래도 저야 감사하죠. 예쁘게 봐준다는 얘기니까.
김: 부산이 고향인데 서울엔 언제 올라왔어요?
신: 2001년에 상경해 전유성 선배님이 운영하는 ‘코미디 시장’이라는 극단에서 본격적으로 개그를 시작했어요.
김: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한 게 2005년이니까 꽤 오랜 기간 무명 시절을 거쳤네요. 고생도 많았겠어요.
신: 뭐 고생 안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땐 하고픈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어요. 정작 개그우먼이 되고 보니 참 고생을 많이 한 거 같은데 그땐 너무 즐겁게 지내 고생인 줄도 몰랐어요.
김: 무명 시절 기억에 남는 고생 에피소드도 많을 거 같은데.
신: 뭐 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죠. 지금 생각하면 좀 슬프지만 지하철 무임승차도 종종 했으니까. 그래도 ‘돈 없어서 죽을 거 같아’ ‘나중에 정말 돈 많이 벌 거야’ 같은 생각은 안했던 거 같아요. 현실을 비관하기 보단 개그에 대한 꿈을 키우기 바빴거든요.
신: 그럼요. 김대범 황현희 안상태 박휘순 등과 같이 있었어요.
김: 워낙 재밌는 분들이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을 거 같아요.
신: 한때 극단에 족발 붐이 일었던 적이 있어요. 족발에 막걸리를 함께 사 먹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는데 늘 돈이 문제였죠. 언젠가 (박)휘순이 오빠가 보아가 사촌 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한창 보아가 웬만한 벤처기업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갖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올 때였거든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보아가 사촌동생이면 “보아야! 오빠 3만 원만 줘”라고 조를 거래요. 3만 원이면 족발하고 막걸리를 딱 사먹을 수 있는 돈이거든요. 뭐 그런 얘기하며 우리끼리 막 웃곤 했죠.
김: 무명 시절이 꽤 긴데 계속 개그맨 공채에 떨어져서 그런 건가요?
신: 그건 아니에요. 전유성 선배님한테 방송국 공채가 아닌 새로운 개그맨 등용문을 만들자는 말씀을 듣고 한동안 공채 시험을 안 봤어요. 선배님은 단 하루 보고 개그맨이 될지를 결정하는 공채 제도에 비판적이셨거든요. 그래도 해보니 아직까진 공채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시험을 봤죠.
김: 행여 그 과정에서 전유성 씨하고 사이가 소원해진 건 아니에요?
신: 아니요. 선배님이 좀 독특하시잖아요. 극단에서 어느 정도 지내면 “너희들에게 다 가르쳐줬으니 이젠 너희들 알아서 해”라고 말씀하세요. 얼마 전에도 통화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이때 문득 길가를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인터뷰 중인 신봉선을 보자 “언니! 너무 예뻐요”라고 외쳤다)
김: 어때요? 저런 소릴 들으면.
신: 민망해요. 놀리는가 싶기도 하고(웃음). 그냥 연예인이니까 그러는 거 같아요. 나도 예전엔 그랬으니까.
김: 이제 곧 서른인데 연애는 안 해요?
신: 해야 되는데 너무 바쁘기도 하고 원체 소개팅을 싫어해 누굴 만날 기회도 거의 없어요. 예전부터 소개팅을 정말 싫어했어요. 하루 딱 만나서 서로를 재고 그러는 게 별로였거든요. 게다가 이젠 상대는 저를 어느 정도 알고 나오지만 저는 안 그렇잖아요. 그냥 지금은 일이 더 우선인 거 같아요.
김: 지난해 신인상에 우수상까지 받았어요. 올해 연말에도 수상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벌써 대상을 받을 거라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신: (깜짝 놀라며) 예? 만약에 줘도 그건 내 손이 부끄러워서 못 받아요. 난 그냥 큰 기대 없던 애가 근근이 해나가는 모습을 예뻐해 주는 거라고 볼 뿐이에요. 물론 요즘 들어 기대가 커지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져 더 잘해야겠다고 결심하곤 하지만 아직까진 아니에요.
김: 그럼 올해 목표는 뭐예요?
신: 올해 목표라기보다 이쪽 일을 하면서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목표는 프로그램 한두 개를 더 하고 덜 하는 걸 떠나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 스스로 만족하는 거예요. 여전히 내가 한없이 부족해 보여서 스트레스가 커요. 다른 분들이랑 비교하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다 색깔과 웃음 포인트가 다른 만큼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요. 다만 나 자신에게 스스로 떳떳했으면 좋겠어요.
김: 왜요? 지금도 얼마나 잘하고 있는데. 질문마다 너무 겸손하게 대답해서 제가 다 부끄러워지네요. 10년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열심히 시청자들에게 웃음 주는 봉선 씨의 모습 기대할게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