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안재환. | ||
이보다 더 큰 슬픔이 또 언제 있었을까. 탤런트 고 안재환의 자살소식은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시트콤에서 보여줬던 그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 연예 정보프로그램에서 선보인 그의 담백한 진행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고인은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연예인이었다. 4년전 쯤으로 기억된다. ‘개그맨을 능가하는 배우들’이라는 타이틀로 기획취재를 나갔었는데 필자는 그때 고인을 처음 만났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던 그의 모습도 훌륭했지만, 안재환은 당시 방송 새내기라 잔뜩 긴장한 필자에게 무척이나 편안한 말투로 말을 놓으며 부드럽게 대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필자를 동생 대하듯 말을 편하게 하는 연예인은 처음이라 그의 반말이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얼마나 고맙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필자는 다시 고인을 만나게 됐다. 당시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예비신부 정선희가 함께했다. 아쉽게도 고인은 필자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의 입담은 유쾌했고 답변 하나하나가 진실했다. 2세가 누굴 닮았으면 좋겠냐는 필자의 질문에 “진짜 유치한 질문이다”라며 필자를 구박하면서도 “아들이건 딸이건 무조건 나를 닮아야 한다”는 나름의 주장(?)을 펼치던 그의 모습. 그 환한 미소와 목소리에선 그를 힘들게 했던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었기에 지금 더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한 명의 팬으로서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는 슬픔이 아무리 크다 한들 어디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비할 수 있을까? 고인이 필자에게 말을 놓고 편하게 대해줬던 바로 그 순간부터 꼭 한 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형님! 다음에 소주 한잔 같이 하고 싶습니다”라는 한마디. 지난 해 인터뷰 당시엔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꺼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던 그 한마디를 이제 다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무겁다.
▲ 고 터틀맨(왼쪽), 고 이언. | ||
오토바이사고로 사망한 모델 겸 탤런트 이언. 아직도 그의 사망원인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그의 유작이 된 드라마 <최강칠우> 포스터 촬영현장에서 고인과 만남을 가졌었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사극 출연을 위해 제일 노력하고 있는 점은 말을 타는 장면이 많은 만큼 말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말과 수시로 대화하며 사랑을 쏟아붓고 있다는 대답도 들을 수 있었다. 한 달 정도 후 경북 문경의 촬영장에서 이언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한 달 전 인터뷰에서 말한 그 모습 그대로, 촬영장 한구석에서 대기 중인 말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연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때론 뭔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미니홈피를 통해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스포츠 스타와 자신을 비교하며 시간이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고인. 그런 열정을 하늘이 몰랐던 걸까? 참으로 무심하고 야속하기 그지없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