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디렉터의 수많은 업무 중 가장 고심해야 하고 고생이 많은 일은 바로 조연급 연기자들을 뽑는 것이다. 식상한 얼굴보다 신선한 신인을 기용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는 캐스팅 디렉터 김광윤 씨는 “신인은 연기력이 검증된 바가 없고 역할에 잘 어울리는는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며 “내가 추천한 신인이 현장에서 잘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내 능력과 안목도 드러나기 때문에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김 씨를 거쳐 간 수많은 신인 연기자들 중 기억에 남는 연기자는 바로 현 충무로의 보증수표, 하정우다. 하정우는 <무인시대>를 시작으로 연기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이때 감독에게 그를 적극 추천한 이가 바로 김 씨다. 김 씨에 의하면 당시 하정우는 긴장한 탓에 감독 앞에서 특출난 연기를 보이지 못해 캐스팅이 무산될 뻔했다고. 하지만 김 씨는 감독에게 “캐스팅 디렉터인 나를 믿어 달라”며 하정우를 고집했다고 한다. 결국 하정우는 ‘이지광’역을 훌륭히 소화해냈고 감독도 나중에는 ‘정말 괜찮은 배우’라고 칭찬했다고. 김 씨는 “아버지인 김용건 씨와의 친분도 있었지만 하정우는 경력 10년의 내 눈이 알아 본 천상 배우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요즘 가장 유망한 연기자로 “만약 단역으로 출연했다고 하더라도 금방 주연감임을 알아봤을 것”이라며 <신의 저울>에 출연 중인 송창의를 꼽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