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윤 전 KBS 아나운서(위). 아래는 가수 김흥국(왼쪽)과 현철. | ||
‘호랑나비’ 덕에 일약 10대가수에 등극하고 현재까지도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코털 아저씨’ 김흥국. 김흥국이 ‘호랑나비’를 빅히트시킨 직후인 1990년도의 일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김흥국은 설운도 현철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교포 위문 공연차 생애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게 됐다. 설레고 흥분된 마음으로 도착한 미국이지만 문제는 입국심사에서 벌어졌다. 아무 문제없이 입국심사를 통과한 선배 가수들과는 다르게 유독 김흥국의 입국심사만 길어진 것. 이때 만해도 김흥국은 자신이 콧수염을 길러 외모가 범상치 않아 그러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이게 웬일! 경찰이 마약탐지견까지 다가와서 킁킁 대고 계속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당황한 김흥국은 짧은 영어로 나름대로 자신이 가수임을 알리려했다. “헤이 유! 아임 코리안 싱어! 오케이? 마이클 잭슨 쌤쌤! 오케이?” 황당한 영어에 상황이 종료될 리는 만무했고 결국 보다 못한 현철이 나서 상황을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영어가 안 되기는 현철도 매한가지. 경상도 특유의 쎈 발음으로 “헬로! 익쓰뀨즈 미! 마이 쁘렌즈! 패쓰 플리즈! 레쯔 고!” 를 외쳤으나 그의 영어를 욕으로 오인한 경찰은 현철까지 공범으로 몰아 마약반 조사실로 끌고 갔다. 결국 아무 죄 없는 그들은 현장에 있던 한국 승무원들의 도움으로 장장 5시간 만에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당시 소동은 김흥국이 가방 깊숙이 숨겨온 무언가가 그 원인이었다. 평소 목이 안 좋은 DJ 이종환을 위해 목 보호 약을 무려 10통이나 가져온 것. 선배에게 줄 선물인 만큼 행여 쏟아질까봐 수십 번을 포장해서 가방 깊숙이 넣어왔는데 미국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숨겨져 있는 정체모를 하얀 백색가루를 마약으로 오인했던 것이다.
▲ 그룹 쿨의 김성수. | ||
한국 연예인들이 입국심사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괌이다. 미국령인 괌은 미국 비자가 있어야 입국이 가능하지만 15일 내의 기간에 한해 관광이 목적일 경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연예인들은 짧은 기간 무비자로 괌에 촬영을 다녀오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그룹 쿨의 이재훈은 몇 년 전 뮤직비디오 콘셉트 구상 차 괌을 사전 방문했는데 이때 이재훈이 소지하고 있던 공연용 미국비자가 문제가 됐다. 이민국 직원이 언제 어디서 무슨 공연을 하느냐며 꼬치꼬치 물었으나 이를 시원스럽게 답변하지 못해 결국 조사실로 끌려가게 된 것.
이렇게 이재훈이 억울한 일을 겪은 것과는 달리 같은 그룹 쿨의 멤버인 김성수는 어처구니 없는 사연으로 괌 공항에서 억류된 바 있다. 당시 그는 괌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터라 괌 방문을 앞두고 원주민들의 인사말인 ‘하파데이’를 제스처까지 곁들여 연습했다.
마침내 괌 공항에 들어선 김성수는 한국에서 미처 환전을 못해 한국 돈 만 원짜리 돈다발을 가방에 잔뜩 가지고 괌에 입국했다. 이를 본 세관직원이 “이거 환율 계산해서 얼마냐?”고 물었는데 김성수는 원어민들의 제스처를 취하며 ‘하파데이’라고 익살스럽게 대답한 것. 수상히 여긴 직원에 의해 조사실로 끌려간 그는 결국 밀실에서 탈의하고 검사받는 굴욕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괌 홍보대사가 괌 공항에 억류되다니 정말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