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고 최진실의 발인이 진행되자 고인이 생전 절친하게 지냈던 정선희 홍진경이 오열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20년 가까이 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다. 지금까지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친구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최진실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한 말이다. 끈끈하고 돈독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최진실 사단, 그 처음은 단순 친목모임이었다. 이후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이영자 최화정 등을 필두로 한 ‘자뻑클럽’이 탄생했다. 사실상 이들 모임의 정식 명칭은 ‘자뻑클럽’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변인들이 연예계 각 분야에서 막강한 여성파워를 자랑하는 최진실과 그 친구들에게 최진실 사단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들은 단순한 친분관계를 뛰어넘어 멤버들의 경조사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우정을 과시했다. 최진실의 결혼식에서 엄정화 이소라 이영자 최화정 홍진경 등이 모두 결혼식 들러리를 섰으며 정선희의 결혼식 때도 첫날밤을 보내는 호텔을 직접 꾸며주기도 했다.
이들의 힘은 어려울 때 더 여실히 나타났다. 지난 2001년 다이어트 거짓말 파문으로 고통을 당한 이영자에게 “물러서지 말고 언론과 붙어라”고 충고한 것도 최진실이며 6년 뒤 그의 첫 공중파 방송 컴백 때 가장 먼저 촬영장에 달려와 응원하기도 했다. 또한 최진실이 이혼할 당시에도 최진실 사단은 똘똘 뭉쳐 상처입은 최진실을 지켜냈다.
지난해는 유달리 최진실 사단에겐 고난이 많았다. ‘신정아 파문’으로 연예계가 학력위조 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최화정 역시 학력위조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으며, 방송가에서 알아주는 친구 사이였던 이영자와 이소라는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 파문으로 인해 사이가 벌어졌다. 여기에 올해 5월 정선희의 촛불집회 발언파문까지 터지면서 최진실 사단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정신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부축했다. 특히 정선희가 배우자인 고 안재환의 채무 2억 5000만 원에 대한 보증을 선 탓으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놓이자 최진실 사단이 십시일반해 정선희의 아파트를 강제경매에서 지켜내기도 했다.
이렇듯 부모형제보다도 각별한 사이였던 이들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 신애(왼쪽)와 최화정.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이후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정선희 최화정 홍진경 등이 이들의 우정에 합류했고, 가장 나이가 어린 신애는 MBC 드라마 <장미의 전쟁>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됐다.
신애와 최진실은 서로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해오다 악성루머로 힘들어하는 신애의 곁을 최진실이 지켜주면서 최진실 사단에 합류하게 됐다. 신애는 최진실의 자녀들과도 친분이 깊기로 유명하다. 당시 최진실은 한 방송에서 “(이영자 최화정 등) 언니들이 잘못하면 신애까지 욕먹으니까 우리가 잘해야 한다”며 진심어린 걱정을 해 최진실 사단의 버팀목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최진실의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현장 감식으로 인해 시신이 채 수습되지 않은 시각 이영자 홍진경 신애 등은 최진실 자택을 찾았다. 이들은 곧 이송된 최진실의 주검을 따라 삼성의료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갔지만 정신력이 버텨주지 못했다. 이영자는 자택을 빠져나오며 한 차례 실신했고 이어 빈소에서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이상행동까지 보이며 최진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최진실이 여행을 가거나 촬영으로 바쁠 땐 아이들의 ‘이모’로서 엄마역할을 했던 신애를 비롯해 홍진경 정선희 역시 넋을 잃은 표정으로 오열하며 최진실의 빈소를 지켰다. 꿋꿋하게 자신의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던 최화정이나 부산에서 영화촬영에 임하고 있던 엄정화도 비통해했다.
우정으로 똘똘 뭉쳤던 최진실 사단의 실질적 주축이었던 최진실의 죽음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최진실 사단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사실상 그 위기는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이영자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코너에 출연했다가 이소라가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진실 사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된 이소라는 분노를 삭이지 못했고, 이영자가 눈물로 사과했지만 올해까지 둘의 사이는 호전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악화로 인해 모임도 흐지부지됐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정선희의 배우자이자 최진실 사단과도 돈독히 지내오던 안재환의 죽음으로 이들은 다시 한 번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자와 최진실은 3일 내내 빈소를 지키는 등 궂은일을 도맡아 했으며 이소라 엄정화 등도 빈소를 찾아 정선희를 위로했다.
그러나 가장 큰 기둥이었던 최진실의 사망으로 인해 최진실 사단은 그 동력을 잃게 됐다. 연예계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여걸들에게도 최진실의 죽음은 쉽게 회복되지 못할 상실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진실 사단은 이대로 흩어질 것인가. 연예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