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및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연예인들의 사정은 다양하다. 몇 년 전 가수 이효리는 부모님 집에서 독립하면서 주소지 이전을 하지 않은 탓에 국민연금 체납 우편물을 받지 못해 1년여 간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가 뒤늦게 납부한 경험이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5개월 동안 건강보험료 624만 1500원을 체납했던 배우 김 아무개는 영화 촬영 때문에 지방에 상주하느라 고지서를 챙기지 못해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바 있다. 또한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전 소속사로부터 세금관리 사안이 제대로 인수 인계되지 못한 탓에 국민연금 등이 체납된 연예인도 있다. 이런 경우들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한 것이며 곧 해결됐으므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이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국민연금을 장기체납하고 있는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나 몰라라”하는 ‘고의적 회피자’이기 때문. 인기 연예인의 경우 소득이 많아 국민연금 납부액도 높은 편이라 몇 개월만 체납해도 국민연금이 수백만 원대로 불어난다. 그런데 목돈 개념이다보니 내기를 꺼려하는 연예인들이 많은 것. 이번 국감자료에서 공개된 연예인 A 역시 체납기간 20개월에 체납액이 700만 원대에 달하는데 공단 측이 수시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독촉하고 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버티고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다. “내겠다”고 약속해놓고도 계속 체납하는 일부 파렴치한 연예인들도 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연예인 B는 국민연금 체납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일시에 전체 미납금액을 납부할 형편이 안 된다며 분할 납부를 신청했다. 국민연금공단(공단)이 분할 납부를 허용했음에도 B는 분할 납부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결국 공단은 B에게 체납처분을 집행할 예정으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또 다른 연예인 C는 고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3년 이상 국민연금을 체납 중이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국민연금 장기체납에 대해 공단 측은 “징수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체납 당사자인 연예인을 직접 만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국민연금공단 가입자지원실 납부기획팀 강원천 차장은 “연예인 본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전화를 잘 받지 않는 데다 집에 직접 찾아가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우편안내 역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납부 독려의 어려움을 밝혔다.
소속사를 찾아가거나 매니저와 연락이 닿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소속사의 경우 소속 연예인이 해당 연예기획사의 사업장 가입자로 신고돼 있을 때에만 연예인의 소득관리의 의무가 있을 뿐 그 외의 경우 기본적인 책임은 연예인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납부해달라고 전해달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게 강 차장의 설명이다. 공식 행사장이 아닌 곳에서 일반인이 연예인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국민연금을 장기 체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려 했지만 매니저들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그런데 국가기관인 공단에서 연예인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부분은 커다란 문제점을 시사한다. 주민등록상의 주소지와 실 거주지가 다른 연예인이 상당수인 데다 연락처 역시 불분명하고 자주 바뀌는 편이라 국가기관마저 연예인과 접촉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곧 연예인들의 세상이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로 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공단 측에선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공단 측은 “연예인 접촉이 힘들기 때문에 실명을 공개해 간접적으로라도 납부를 독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월 ‘연금 체납 연예인 실명 공개’ 법령개정안을 보건복지가족부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검토 단계다. 이런 까닭에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체납자의 재산을 파악해 체납 처분하는 방법을 대책으로 마련해두고 있다. 강 차장은 “국세청이 고소득자들의 골프회원권 압류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골프회원권까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체납자들의 실익 있는 재산을 파악해 체납처분에 들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