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수의 건강상태나 사생활 문제로 공연이 취소되기도 한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콘서트가 취소되는 가장 빈번한 이유로 콘서트를 추진하는 공연기획사의 안일한 태도를 꼽았다. 특히 공연료 미지급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가장 가까운 사례인 ‘2008 빅 뮤직 페스타’ 역시 N기획사 대표가 울산 MBC로부터 중도금 3억 7000여 만 원을 받고도 콘서트 출연 가수들에게 줘야 할 공연료 지급을 미루다 출연가수들이 줄줄이 공연 불참을 통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0여 건의 콘서트 취소 사태가 모두 이와 비슷하게 출연 가수 및 공연스태프들과의 금전적인 문제로 불거진 것. 그런가 하면 지난 2004년에는 보아, 비 등 톱가수들이 출연키로 한 ‘라이브 패스트’ 콘서트는 주최 측의 실수로 인해 6000~7000명의 유료관객이 중복된 좌석번호를 받아 결국 취소됐다.
이러한 공연 기획사 측의 실수로 빚어진 콘서트 취소는 관객에겐 최대의 실망감과 더불어 가수한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 가수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가수들에게 더욱더 당황스런 콘서트 취소 사유는 바로 판매 부진이다.
공연기획사는 공연 기획 시 가수 개런티의 3분의 1, 대관료의 3분의 1을 먼저내고 공연 15일 전까지 잔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티켓 판매가 투자한 비용보다 적으면 공연을 취소한다. 지난 2005년 박화요비, 바이브, KCM이 참가하는 합동 콘서트가 판매 부진으로 공연 전날 취소됐으며, 제주 출신 혜은이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표가 팔리지 않아 무산됐다. 이렇듯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해 취소되는 콘서트의 주인공인 가수는 좌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공연기획사를 찾아와 홍보가 부족했다며 난동을 부리는 가수들도 더러 있다는 게 공연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일례로 톱가수 A는 오랜 공백 기간을 가진 후 컴백 콘서트를 마련했지만 이미 팬들의 마음에서 잊혀 결국 콘서트가 취소됐다. 이에 A는 공연기획사를 찾아가 “홍보가 부족해서 내 명성을 깎아내렸다”며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는 후문이다. 나름 톱가수로서 명성을 떨쳤던 A로서는 콘서트 취소가 견딜 수 없었던 굴욕이었던 것.
그런가 하면 가수의 사정에 의해 콘서트가 취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000년 섹스 비디오 파문을 일으켰던 백지영은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켜 청소년 팬과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며 콘서트를 취소했으며, 생방송 2시간 전에 갑자기 사라져 제주도에 있는 등 돌출행동으로 유명한 임재범은 2004년 연말 이틀의 콘서트 일정을 앞두고도 갑자기 사라져 팬들과 공연기획사를 망연자실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가수들의 건강 상태가 콘서트 취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6년 그룹 SS501은 멤버 허영생이 후두에 혹이 생겨 수술을 받는 바람에 첫 단독 콘서트가 취소된 바 있으며 가수 이승철 역시 지난해 연말 부산 콘서트에서 급성 기관지염으로 공연 20분여 만에 무대에서 내려온 데 이어 올 1월 5일로 예정됐던 대전 공연도 3월로 연기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이러한 건강상의 이유나 사고 등이 콘서트 취소로 이어지는 일은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같은 건강상의 이유라도 특이한 경우가 있다.
공연계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여가수 B가 대표적이다. B는 아름다운 외모와 빼어난 몸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스타로 콘서트를 성황리에 이끌어왔지만 어느 날 돌연 콘서트를 취소했다. 대외적인 이유는 B의 건강상태가 급작스럽게 악화되었다는 것.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던 B는 임신을 하게 됐는데 하필 자궁외 임신인 탓에 콘서트 연습 중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말았다는 것. B의 수술과 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콘서트를 취소했던 소속사와 공연기획사는 B의 스타성을 지키기 위해 관계자들의 입막음을 하는 데 급급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가수 김장훈은 지난해 싸이의 논산 재입영길 동행으로 구설수에 올라 팔렸던 콘서트 티켓이 하루 150장씩 환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김장훈의 뚝심과 팬들의 지지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이밖에 새 앨범 발매 기간에 맞춰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의 전략적 이유들도 더러 있다. 이에 대해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공연기획사의 문제점도 많지만 가수들의 변덕이나 전략에 따라 진실을 함구해야 하는 일도 많다”며 “이런 까닭에 공연히 공연기획사의 이미지만 추락하는 일도 있어 속상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