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올 겨울도 혼자 보낼 건가요?’라는 영화 카피에 대한 본인의 겨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런 식상한 답변을 들려준 채정안. 영화 속 연인인 강인에게 “90년대 아이돌도 이런 얘긴 안해요”라는 구박을 받으며 환하게 웃는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이어 영화 <순정만화>에서도 사랑에 상처받은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선보인 채정안. 그렇지만 오랜만에, 아니 이혼 소식이 알려진 뒤 처음으로 서는 공식석상인 <순정만화> 기자시사회에서 그는 장난기 어린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아픔을 겪은 데다 연이어 상처받은 여성을 연기한 탓인지 채정안은 결혼 전보다 훨씬 성숙한 배우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깊었다. 어쩌면 이혼이라는 아픔이 더 깊은 연기를 이끌어 냈을지도 모른다.
“내 상처 때문인지 요즘 들어 일부러 쿨한 척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가 받은 상처가 아닌 남에게 준 상처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남의 상처를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이번 영화를 채정안의 스크린 데뷔작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미 <런투유>라는 영화로 데뷔식을 치렀다.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이런 탓에 채정안은 스스로를 ‘돌아온 신인’이라고 얘기한다.
“사실 겁이 많이 났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겁이 났지만 커다란 스크린에 얼굴이 나오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요. 아직도 그리 편치만은 않은데 빨리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채정안이 맡은 역할은 지나간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는 스물아홉 여성. 영화는 그가 일곱 살 연하남과의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만큼 채정안은 예뻐야 했다. 일곱 살이나 어린 남성이 한눈에 끌릴 만한 청순가련형 여인, 두 형제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커피프린스 1호점> 당시와 비슷한 설정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청순가련형 멜로 스타로 불릴 정도다.
“너무 예쁜 척한다는 얘길 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 위험한(?) 장면도 가끔 있어요. 하지만 제 평소 모습이 그런 건 아니에요. 집에선 얼마나 평범하게 지내는데요. 스크린에 보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연기일 뿐이에요.”
채정안은 언젠가 좋은 변신의 기회가 올 때까지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즐기고 싶다고 얘기한다. 성숙해진 그의 멜로 연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의 말이기도 하다.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상처를 더 깊이 있는 연기로 승화해낸 채정안, 그의 말처럼 ‘돌아온 신인’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