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근은 여러 프로그램 MC와 <개그콘서트> 등에서 종횡무진하며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김태진(태진):요즘 행복하시죠?
이수근(수근):네! 매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태진:여러 프로그램 MC를 맡느라 종횡무진, 바쁘신 것 같은데 올해로 10년째인 <개그콘서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수근:제가 할 수 있는 한, 또 절 버리지 않는 이상은 끝까지 하고 싶어요. 절 만들어줬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도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준 ‘큰집’ 같은 존재니까요. 지금은 ‘봉숭아학당’ 선생님 역할만 소화하며 나름 반성하고 재충전하고 있어요. 사실 새 코너를 짜지 않은 건 아니에요. 세 번 정도 새 코너를 만들어 검사 맡았다가 수준이 안돼 녹화를 못했죠(웃음).
태진:그동안 많은 코너를 맡았는데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코너가 있다면?
수근:운이 좋아서 ‘야야야브라더스’ ‘외인구단’ ‘키컸으면’ 등이 모두 사랑받았는데 아무래도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고음불가’에 가장 애착이 가죠.
태진:아이디어는 어떻게 짰나요?
수근:사실 대학로에서 2년 동안 꾸준히 했던 코너였어요. ‘고음불가’ 팬이 따로 있을 정도로 대학로에서 인기가 높았죠. 주변 동료들이 방송에서도 하라고 부추겼는데 방송에서 통할까 걱정돼 아이템 검사를 못 받고 있었죠. 처음엔 감독님도 별로라고 했거든요. 다행히 특집 때 한 번 한 게 대박이 났죠.
수근:어릴 때부터 연예인이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강변가요제도 나갔었는데 그 후 바로 군대를 가게 됐죠. 제대하고 보니까 워낙 훌륭한 가수들이 많더라고요. 외모와 특히 그 세대의 신장을 따라갈 수가 없겠더라고(웃음). 가수는 안되겠다 싶어 개그맨으로 전향했죠. 자란 곳이 워낙 시골이다 보니까 연예 관련 학교나 학원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어요. 농사 짓다가 얼굴이 까맣게 타 서울 오니까 부딪치는 벽이 너무 많아 연예인이 무엇인지 아는 데만 5~6년을 보낸 것 같아요.
태진:그 당시 영화 <선물>에도 출연했죠?
수근:네. 레크리에이션 강사 하던 중에 친구들이 ‘역할이 개그맨인데 너 웃기니까 오디션 한번 봐라’ 그래서 보게 됐죠. 영화의 주인공인 이정재 이영애가 심사위원으로 나와 있더군요. 다행히 두 분이 제 개그에 웃어줬죠. 그때 친한 친구 김병만도 만났어요. 서로 다른 팀이었는데 우리 둘만 뽑혔죠. 서로 잘 통하고 가족사나 스타일 등 비슷한 부분이 많아 친해졌어요.
태진:김병만과 함께 옥탑방에 살면서 족발뼈로 사골국을 끓여먹었다는 얘기에는 눈물이 났어요.
수근: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 힘들었던 시간들의 추억이 있어 오늘날 행복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잠시 울먹).
태진:<상상플러스> MC 맡으신지 얼마 안됐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요.
수근:저는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고 중간중간 하고픈 얘기만 하는 편이잖아요. 우선 터줏대감인 신정환 탁재훈의 재치, 입담, 노련함을 학생 입장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요.
태진:예전엔 긴장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안하는 것 같아요.
수근:하죠! 제가 웃기는 부분도 없는 ‘봉숭아 학당’ 때도 늘 긴장돼요. 제 한마디에 대상이 바뀌고 개그가 바뀌잖아요. 사람은 긴장하고 살아야 돼요. ‘1박 2일’서 대형버스면허 딸 때도 긴장 많이 했어요.
태진:대형버스는 방송 보는 사람도 긴장 되더라고요.
수근:시험 떨어져 일주일 더 하면 촬영 스태프들 고생하게 되니까 부담이 컸죠. 장난삼아 “버스 한 대 빌려서 사람들이랑 놀러 가자”고 한 게 일이 커진 건데 정말 힘들었어요. 매일 오전 7시에 나가서 연습했는데 하루에 10시간씩 교육받는 날도 있었어요.
▲ <개그콘서트> 고음불가 코너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 이수근(가운데). | ||
수근:아우, 손에 딱딱 달라붙지. 작은 놈이 큰 집 같은 거 운전한다고 생각해봐요. 남자가 태어나서 큰 차 한번 운전해봐야지. 이왕 잡아본 운전대인데(웃음).
태진:요즘 예능계에서 ‘라인’이 유행인데 이수근은 강호동 라인이죠?
수근:그럼요. 전 서슴없이 ‘강라인’이라고 말해요. 강호동 형님은 방송뿐 아니라 방송 외적으로도 삶의 방식이나 인간관계 등에 있어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주세요.
태진:나중에 이수근 라인을 만든다면 멤버는 누구를 꼽고 싶으세요?
수근:많~습니다(웃음). 일단 김병만, 농담이지만 MC몽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우선 개그를 사랑하는 친구들 모두를 꼽고 싶어요. 사실 예능 욕심 안내는 친구들은 없는데 그 길은 많이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 고생이거든요. 저 또한 그랬고.
태진:그럼 무슨 라인으로 불리고 싶으세요?
수근:‘수라인’은 물 수자가 들어가 별로고, ‘근라인’ 좋다! 뿌리 근자 쓰니까 뿌리 있어 보이잖아요.
태진:‘1박 2일’에서 옷을 잘 벗어제낀다는 소문이 있어요.
수근:이승기나 다른 멤버들은 잘 못 벗는데 전 그런 거 없어요. 뭘 그런 걸 가려요. 아, 방송에 안 나온 노출도 있어요. 동강 편에선 강호동이 절 어깨에 메고 뒤집는데 훌러덩 엉덩이가 노출됐죠. 영상이~아주 그냥 떡 갈라졌더라고요(웃음).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