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부인 조은주 씨가 발표문을 대독하는 모습. 작은 사진은 신 전 부회장 측이 내세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과 신 총괄회장이 직접 서명하는 동영상.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패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소송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패한 후 50여 일 만에 침묵을 깨고 법적 소송으로 돌아옴으로써 롯데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날 아내 조은주 씨가 대독한 발표문에서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소송을 포함한 여러 필요한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또 “총괄회장은 저에게 친필서명 위임장을 주시면서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일 양쪽에서 동시에 제기하는 이번 소송에서 “100% 이길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쪽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해 놓은 상태일 것”이라며 “소송이 예견됐던 만큼 법률 검토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자문단의 면면이 화려한 만큼 신동빈 회장과 재계 5위 롯데그룹의 법률자문단은 그보다 더 화려하면 화려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이 이미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유명 로펌들과 소송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성장과 경영 성과 면에서 신동빈 회장이 앞선다는 평가가 더 많은 것도 신 전 부회장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1998년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 롯데의 자금 지원 덕에 한국 롯데가 쓰러지지 않고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재계 9~10위였던 롯데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롯데의 막대한 자금 지원 덕분이었다는 얘기다.
일본 롯데보다 한국 롯데의 성장이 빨랐던 까닭은 일본이 계속 저성장 기조였던 반면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고성장 기조였던 데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성장 기조를 타고 있는 한국 롯데에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와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가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롯데그룹의 ‘역할분담’이었다는 것.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과 건강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푸는 것도 신 전 부회장 쪽의 숙제다. 신 전 부회장 쪽이 신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 쪽은 여전히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공개석상에 나타나 육성으로 본인의 뜻을 밝히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 같은 방법은 신 전 부회장 쪽에서도 ‘무리’라고 보고 있다.
이번 소송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까지 출석하며 국민적 공분을 잠재우려 했지만 또 다른 소용돌이가 롯데그룹과 재계를 다시 한 번 흔들 조짐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신동주의 사람들’ 면면 부인 조은주 씨 역할 주목 지난 8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엔 그동안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던 부인 조은주 씨가 함께했다. 곁에는 또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 등으로 꾸려진 자문단도 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에는 자문단도 함께 동행했다. 왼쪽부터 김수창 변호사, 민유성 회장, 신 전 부회장, 조문현 변호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동안 사진상으로만 공개됐던 신 전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 씨는 이날 신 전 부회장의 발표문을 대독하며 소송전 전면에 나섰다. 단지 우리말이 서툰 남편을 대신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홍보대행사를 앞세우고 자문단을 꾸린 상태에서 굳이 부인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씨가 이번 소송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유성 회장, 김수창 변호사, 조문현 변호사가 중심이 되고 있는 이른바 ‘자문단’의 얼굴들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따 설립한 한국 법인 ‘SDJ코퍼레이션’의 구성원이다. 신 전 부회장은 SDJ코퍼레이션 회장으로, 민 회장과 김수창·조우현 변호사는 SDJ코퍼레이션 고문으로 돼 있다. 신 전 부회장 쪽은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일본 경영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별다른 토대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한·일 경영 역할분담) 룰을 깼기 때문에 직접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누구보다 눈에 띄는 사람은 민유성 회장이다. 그는 산은금융지주, 사모펀드 티스톤 회장 등을 지낸 인물로 티스톤 시절에는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민 회장은 경제적 자문과 함께 이번 소송을 총괄 자문할 것으로 보인다. 민 회장의 관계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쪽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이번에 한국에서 문제가 돼 여러 가지 상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일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소송에서 김수창 변호사는 주로 한국 쪽을, 조문현 변호사는 일본 쪽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연수원 9기 조문현 변호사는 1982년부터 10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자문 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이후 김앤장에 같이 몸담고 있던 우창록 변호사와 나와 법무법인 율촌을 창립했고 1997년부터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사법연수원 11기인 김수창 변호사는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의 전문가로 통한다. 2001년 광장에서 나온 후 금융전문 법무법인 평산을 설립했다. 2008년 7월 우리나라 최초의 로펌인 법무법인 김장리와 합병해 법무법인 양헌을 설립, 현재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무법인 양헌은 기업 법무와 인수합병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기업 M&A와 2006년 농협중앙회의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등을 맡은 바 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