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도시 이야기> <화려한 샐러리맨> <몬스터 헌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배우 탕웨이.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탕웨이에게 매년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각별하다. 2010년 <만추>로 처음 부산을 찾은 그는 올해로 6년째,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만큼 출연하는 영화의 수가 많고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탕웨이의 부산 방문에는 늘 김태용 감독이 함께한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때도 둘은 ‘만추를 함께했던 배우와 감독’이라는 관계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여러 자리를 함께해왔다.
탕웨이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늘 화제다. 결혼하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던 지난해에 김태용 감독이 교수를 맡고 있는 한 대학원의 부산 특강에 예고 없이 등장해 화제를 뿌렸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이 겪은 실전 경험을 솔직하게 꺼내 환호를 받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탕웨이는 영화제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남편이 연출한 단편영화 <그녀의 전설>이 상영되던 3일 오후 영화제 공식 상영관 중 한 곳을 직접 찾았다. 관객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던 ‘깜짝 방문’으로 환호는 더욱 컸다.
탕웨이와 남편 김태용 감독.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탕웨이는 “사랑을 연기하는 일은 언제나 반갑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그리워하면 반드시 만난다”며 “그 힘을 믿는다”고 확신했다. 이번 영화제에 그가 갖고 온 영화는 총 세 편이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0년대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세 도시 이야기>와 중국의 대표적인 배우 저우룬파(주윤발)과 함께한 뮤지컬 영화 <화려한 샐러리맨>, 그리고 올해 중국에서 최고 흥행 수익을 거둔 판타지 <몬스터 헌트>다.
이들 영화 가운데 탕웨이가 가장 주력하는 작품은 중국의 스타 청룽(성룡)의 부모가 젊은 시절 실제로 겪은 일들을 스크린에 옮긴 <세 도시 이야기>다. 고난을 헤쳐가며 완성된 사랑의 숭고한 모습을 담은 영화다.
“요즘은 과학기술이 발달해 멀리 떨어져도 비행기만 타면 볼 수 있고, 휴대전화로 너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바로바로 사진을 찍어 보낸다. 그런 관객의 눈으로 1930년대를 그린 <세 도시 이야기>를 보면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여자라면 누구나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찾아와주는 남자를 꿈꾸지 않나. 이 영화가 그런 마음을 채워 줄 것이라고 본다.”
탕웨이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 덕분인지 참여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누구보다 진지했다. 굳이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밤새도록 영화와 연기를 주제로 두고 끊임없는 이야기를 꺼내놓을 태세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쉴 틈 없이 연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매 순간 연기하며 받는 느낌과 감정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 듯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잊지 않고 찾는 이유도 비슷하다. 자신의 영화를 아시아 영화인에게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탕웨이는 “매년 부산에 올 때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영화제 공식 일정도 즐기지만, 온전히 3~4일 동안 남편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듯했다.
“나는 아내로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출연하는 영화가 많고 일도 많아서 거의 전 세계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남편과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좋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마침 영화제에서 남편에게 심사위원(뉴커런츠 부문)을 맡겨 줬다. 고마울 수박에 없다.”
그런 탕웨이는 요즘 한국 팬에게 ‘탕새댁’이라고 불린다. 한때는 ‘탕여신’ 또는 경기도 분당에 집을 지으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분당댁’이라고도 불렸지만 지금은 거의 ‘탕새댁’이라는 별칭으로 정리된 분위기다. 그에게 ‘여신’이란 호칭 대신 ‘새댁’으로 불리는 기분을 물었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의 반응은 꽤 진지했다. 먼저 “새댁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면서 “어떤 뜻이냐”고 되물었다. ‘보통 아이를 낳기 전까지 아내를 부르는 수식어’라고 설명하자, 질문은 또 다시 이어졌다. “만약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영원히 새댁으로 불리는 것이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보통 결혼하고 3년까지’라고 덧붙이자, 그제야 수긍한 듯 “와우!”라고 외쳤다.
“사실 지금까지 새댁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처음 듣는 단어다. 내 별명은 지금까지 ‘탕탕’이었다. 보통 친구들 모두 나를 ‘탕탕’이라고 부른다. 새댁은 조금 낯설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탕웨이는 남편 이야기만 나오면 사랑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만추>를 함께 촬영하면서 김태용 감독님이 나에게 칭찬을 많이 해줬다. 칭찬을 할수록 내가 더 노력하는 걸 그가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 늘 열심히 하려고 한다.” 사랑에 빠진 탕웨이의 모습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