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다루는 대부분의 뉴스는 출연 영화나 드라마 또는 새 음반 등 연예계 활동 전반에 관련된 뉴스들이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모으는 뉴스는 오히려 그 외의 영역을 다룬 사안이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때론 결혼과 같은 희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화제의 주인공이 된 연예인에겐 엄청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이를 보도하려는 매스컴의 취재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해당 연예인이 얼마나 적절하게 매스컴에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별 것 아닌 사안이 엄청나게 부풀려지기도 하고 중대한 사안이 별 일 아닌 양 보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요신문> 설문조사에 참여한 취재기자, 사진기자, 연예정보프로그램 PD와 작가 등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취재진 100명이 선정한 ‘가장 부적절한 대처법을 선보인 연예인’은 누구일까. 설문 응답자들이 1~3위까지 각 한 명씩을 기재했고 이를 점수화했다(1~3위를 3~1점으로 계산). 그 결과 204점을 기록한 강병규가 1위에 올랐다. 강병규의 경우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혈세 낭비’ 논란과 ‘인터넷 불법 도박’으로 연이어 화제의 주인공이 됐는데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혈세 낭비’가 114점, ‘인터넷 불법 도박’은 90점으로 사안별로도 1, 2위에 오르며 개인 종합 1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진실된 대응이 아닌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설문 결과 분석을 위해 가진 심화 인터뷰에 응한 한 베테랑 취재기자는 “거듭해서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믿는 게 따로 있다는 듯 거짓 해명으로만 버틴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불법도박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게 확인된 상황에서 언급한 ‘고스톱도 못친다’는 발언은 두고두고 연예인 거짓 해명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위는 72점을 기록한 HOT 출신 가수 이재원이 올랐다. 얼마 전 준강간 혐의로 구속됐다 합의로 풀려난 사안 때문인데 구속영장 발부를 막지 못한 늑장 합의가 문제가 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취재진 상당수는 차라리 합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합의 이전에 구속영장이 발부돼 대중에게 조금이나마 강간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남았다면 재판을 받아 결백을 밝혔어야 이후 연예계 활동에 부담이 없다는 것. 개그맨 이수근의 경우 한때 성폭행 혐의를 받아 위기에 몰렸지만 무혐의 결정이 난 뒤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이뤄냈다.
3위는 정선희다. 이재원과 같이 72점을 기록했지만 ‘촛불 시위 비하 발언’(47점)과 ‘안재환 자살’(25점)을 합친 점수라서 3위로 구분했다. 정선희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 시위 비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적절한 대응을 보이지 못해 그 여파가 더 길어졌다. 황정민 아나운서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비하 발언을 했지만 발 빠른 대응으로 파문을 비켜갈 수 있었다. 반면 안재환 자살과 관련해서도 부적절한 대응을 보였다는 응답자도 여럿이라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심화 인터뷰에 응한 한 케이블 방송국 PD는 “안재환 유족과의 대립 구도에서 너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나 이를 적절한 대응이라 여기는 응답자도 많았다”면서 “오히려 특정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로 입장을 표명한 방식에 대한 거부 반응이 더 많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4위에는 옥소리(66점)가 올랐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세간에 알려져 있지 않은 팝페라 가수와의 또 다른 간통 사실을 언급했는데 결국 그 사안으로 인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기자회견의 원인이 된 이탈리아인 요리사와의 간통 여부는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 또한 팝페라 가수와의 간통 사실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꾼 부분, 부부 관계에 대해 거침없는 폭로를 한 부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5위는 가수 아이비. 아이비의 경우 괜한 스폰서 발언으로 본안(열애설)보다 더 큰 화제를 양산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 자신과 관련된 루머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단번에 의혹을 불식시킨 나훈아. | ||
2위는 노인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최민수(107점)다.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입장을 표명한 뒤 산 속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자숙기간을 보내고 있다는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취재기자는 “요즘 연예계에는 자숙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는데 최민수 씨가 온몸으로 자숙기간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3위는 결혼 발표 과정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권상우. 역시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진실을 밝혔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친권다툼에 휘말린 조성민은 부적절한 대응에서 6위에 오른 데 이어 적절한 대응에서도 4위에 올랐다. 매스컴과의 대응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직접 합의 내용을 밝힌 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5위에 오른 박철은 ‘간통’이라는 충격적인 사안에서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한 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취재진들은 옥소리 측의 적극적인 공세에 박철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았다면 걷잡을 수 없이 난잡한 대립 양상이 전개됐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예인들이 특정 사안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 이 질문에서 응답자의 75%가 ‘연예인이 직접 나서 해결하는 정면돌파형’라고 답변했다. 나훈아 최민수 권상우 등 적절한 대응책을 선보인 연예인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른 이들이 모두 이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요즘 급증하는 추세인 ‘미니홈피나 펜 카페 등에 글을 올리는 측면돌파형’이 좋다는 응답자도 17%나 됐다.
반면 가장 부적절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우선 거짓 해명으로 둘러대는 이판사판형’이 53%로 1위에 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스톱도 못친다’는 명언(?)을 남긴 강병규다. 또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르쇠형’과 ‘무조건 사실무근이라 주장하는 적극부인형’이 근소한 차이로 2, 3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취재진이 체감하는 연예인이나 연예기획사가 주로 사용하는 매스컴 대처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선 ‘무조건 사실무근이라 주장하는 적극부인형’이 47%로 1위에 올랐다. 결국 특정 사안으로 화제에 오른 연예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먼저 사실무근이라 주장한 뒤 이후 대책을 고민한다는 것. 이런 경우의 대다수는 ‘사실무근’이 아닌 ‘사실’로 판명됐다는 게 심화 인터뷰에 참여한 취재진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28%로 2위에 올랐고 거짓해명으로 일을 더 확대시킨 경우도 13%나 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취재진이 손꼽은 부적절한 대처법의 2, 3위에 오른 답안이 실제 상황에서 연예인(또는 연예기획사)이 취하는 대처법의 1, 2위에 올라 있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현재 연예인의 매스컴 대처 방법이 상당 부분 부적절하다는 것.
반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는 연예인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어 더 큰 혜택을 본다.
최민수의 경우 노인 폭행이라는 치명적 물의에 휘말렸지만 지금은 그보다 대다수가 야생 컨테이너 생활이라는 기행적인 행동에 더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권상우 역시 결혼 발표로 인해 한류스타로서의 위치가 흔들리긴커녕 진실한 사랑을 몸소 선보인 기자회견으로 오히려 더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