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은 법정 진술 중 이민영과의 사생활 관련 돌발 발언을 해 취재진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작은 사진은 2004년 병역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송승헌. | ||
연예인이 경찰서나 법원 등에 출두할 때 취재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기다림이다. 가장 오랜 시간 취재진을 기다리게 만든 주인공은 이찬과 이민영. 이들은 장장 15시간 30분 동안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대질심문을 받았다. 이들이 경찰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와 7시 30분. 8시 30분에 시작된 대질심문은 자정 무렵에 마무리됐다. 경찰서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둘 다 교묘하게 취재진을 따돌려 현장을 찾은 취재진은 결국 16시간 넘게 그들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런 기다림이 허사가 되는 경우도 많다. 고 안재환의 자살로 인해 서울 노원경찰서에 증인 출석한 정선희의 경우 6시간 넘게 조사를 받는 동안 취재진이 대기했고 간단한 심경 브리핑이 약속됐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직후 합의로 풀려난 이재원의 경우 석방이 확정되고도 취재진이 대부분 돌아갈 때까지 두세 시간을 유치장에서 더 머문 뒤 역시 묵묵부답인 채 경찰서를 나섰다. 더욱 심한 경우는 몰래 빠져나가는 경우다.
고 최진실의 사채 루머를 유포한 것으로 알려진 백 아무개 씨의 경우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교복으로 갈아입어 취재진을 따돌리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으나 역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뺑소니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출두한 가수 김상혁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건 전반에 대한 설명과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묘한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다. 최근 내림굿을 받아 무속인이 된 고 안재환의 누나 안미선 씨는 경찰서에 출두할 때마다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너무 적극적인 게 문제였다. 정선희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 데다 발언 방식도 너무 과격해 취재진을 거듭 당황케 한 것.
▲ 이유진(왼쪽), 황수정 | ||
취재진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는 법정 공방 도중 너무 사적인 내용까지 거론될 때다. 대표적인 경우는 황수정. 애초 필로폰 복용 관련 재판은 별 문제 없었지만 추후에 간통 혐의의 재판까지 병합해서 진행되면서 진술 내용이 매우 사적인 영역으로 옮아갔다. 간통의 정황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하는 까닭에 민감한 사적인 진술이 계속된 것. 최근 진행된 이찬과 이민영의 공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법정에서 첨예한 공방을 이어가던 이찬이 이민영과의 사생활 관련 돌발 발언을 해 취재진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 것.
때론 경찰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인기 한류스타인 송승헌은 2004년 병역 비리에 휘말려 서울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병역비리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호주에 체류 중이던 송승헌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해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은 인천공항 게이트 안에서 송승헌을 연행 형식으로 임의 동행했다.
문제는 그의 인기였다. 일부 매스컴에선 그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 저녁 식사로 인근 일식집에서 배달된 알탕을 먹었다는 내용까지 보도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던 것. 또한 다른 부서 경찰들이 몰려와 조사 도중 쉬는 시간마다 송승헌에게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사인을 받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예인이 경찰서에 출두했을 경우 경찰이 사인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송승헌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얘기인데 수사 담당 경찰 입장에선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