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필자에게 박준규는 “사내자식이 씩씩하게 사인해달란 말도 못해!”라며 사인을 해준 뒤 바로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그리고 돈 만 원을 용돈이라며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수줍은 동네 꼬마 아이의 모습이 마냥 귀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필자에게 박준규는 마음 좋은 친절한 동네 아저씨로 기억에 남아있다.
세월이 훌쩍 흘러 몇 년 전 필자는 연예 리포터로 박준규의 집을 취재차 방문했었다. 그런데 필자는 내비게이션 조작 실수로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그의 집에 도착했다. ‘쌍칼 아저씨’의 무서운 불호령이 두려웠지만 그는 여전히 푸근한 미소로 필자를 맞아줬다.
‘맛있는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난 박준규에게 필자는 20여 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당시 일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다. 필자의 기억 속 박준규는 예의를 중요시하고 의리를 챙길 줄 알며 마음이 한없이 넓은 사람이다. 세월이 흘러 이젠 같은 아파트가 아닌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필자에게 박준규는 영원한 마음의 이웃이다.
김태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