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에바는 화보 속 자신의 몸매에 대해 “컴퓨터의 기술”이라고 답한 바 있다. 비단 에바의 화보뿐 아니라 스타들의 지면·TV광고 등에도 컴퓨터 그래픽(CG)은 빈번하게 사용된다. 이런 까닭에 드라마나 영화 속 스타의 모습과 지면상이나 TV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 보이는 일이 많다. 보이는 것이 100% 진실이 아닌 광고 세계에서 과도한 CG로 유명한 스타는 누구일까. 광고관계자 10명에게 물어봤다.
“HD TV가 보편화되면서 스타들의 미세한 주름과 잡티까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스타들이 HD화면에 대응하기 위한 메이크업 비용을 방송사에 청구해 출연료를 높여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CG처리가 광고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광고 디자이너로 12년간 일해 온 문 아무개 씨의 말이다. 성형사실 및 고무줄 나이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세상이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날 주름과 잡티, 군살만큼은 감추고 싶으니 CG를 사용해 달라는 CF스타들이 늘고 있다고.
광고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CG 스타는 하이틴 스타로 데뷔, 수많은 CF에서 티끌 하나 없는 피부를 보여줬던 여배우 A다. 문 씨를 비롯해 광고 대행사에 근무하는 이 아무개 씨, 윤 아무개 씨 등 5명이 A를 꼽았는데 실제 사진과 CF에서의 피부가 너무도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중년이 다 된 나이에도 언제나 백옥 같은 피부로 CF에 등장,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지만 실제로는 기미, 주근깨가 가득하다고. A가 나오는 화장품 CF를 전담했던 윤 씨는 “A는 광고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얼굴의 기미를 지워줄 것을 당부한다”며 “심지어 최종결정이 나기 전 지면 광고 사진을 직접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광고를 담당했던 이 씨 역시 “최종적으로 수정할 때 CF의 메인인 제품이나 로고에 들이는 시간이 30분이라면 A의 얼굴에 있는 잡티와 주름을 없애는 데에는 1시간~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될 정도”라고 귀띔했다.
신애·이영애도 몸매 교정
그런가 하면 신애나 이영애의 경우는 몸매 교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고. 몇 년 전 신애의 CF를 맡았던 문 씨는 “신애 씨는 완벽한 얼굴을 지녔지만 얼굴에 비해 몸매가 통통한 편이었다”며 “그래서 전신이 나올 경우 부분적으로 교정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영애도 마찬가지다. 8년차 광고 디자이너 박 아무개 씨는 “이영애 씨는 완벽하기로 소문 나 있었지만 한참의 공백기 후 컴백했던 때에 몸매가 약간 불어 있었다”며 “여신 콘셉트로 전신이 등장하는 CF였던 탓에 전체적으로 수정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나중에 광고를 본 이영애 씨는 ‘예쁘게 나오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소속사를 통해 전하기도 해 여느 여자 스타들과는 다른 겸손함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사실 얼굴이나 군살의 CG 처리는 포토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광고 관계자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광고 대행사 대표인 신 아무개 씨는 “얼굴이나 군살 보정은 제품 이미지와 관련 있는 만큼 당연히 밟아야 할 수순이다”며 “하지만 8등신에 미치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키를 늘리는 경우는 매우 정밀한 작업이 필요해 광고 관계자들이 기피할 정도다”라고 전한다.
광고관계자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연예인이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스타로 거듭난 여배우 B다. 바로 B의 짧은 다리를 늘여야 하기 때문. B는 공식적인 프로필 키가 161cm로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155cm 전후반이라고. 더욱이 얼굴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짧아 전신을 찍었을 때 소위 말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은 광고계뿐 아니라 방송가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B의 TV광고를 담당했었던 이 아무개 씨는 “지면 광고는 TV광고에 비해 작업이 쉽다”며 “움직이는 TV광고이기 때문에 일일이 다리 길이를 늘이느라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고 말한다. 이 씨에 따르면 B 역시 자신의 다리길이에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어 광고 촬영 도중에도 관계자들에게 신신당부할 만큼 8등신 몸매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착한다.
“인조인간이나 다름 없어”
사실 얼굴의 잡티를 지우는 것은 요즘 일반인의 증명사진에도 흔히 쓰이는 작업이다.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자신이 바라던 이상에 조금 더 다가가고자 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이 사람이 그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의 CG는 인조인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광고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 씨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인조적 미(美)가 문제다”며 “예를 들어 주름 및 잡티제거 화장품 등에서 CG로 만들어진 스타의 이미지를 동경한 일반인들의 제품소비과열현상을 보고 있자면 거짓광고라는 자책감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