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수정: 배구 얼짱 출신 모델 한지연은 2년 전 찍은 화보에 이어 2차 화보까지 대박을 터뜨렸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최근 그라비아 화보집을 낸 김미경 김나리 강성혜. 임준선·박은숙 기자 | ||
국내와 달리 일본 그라비아 화보는 스타의 등용문으로 유명하다. 소녀들만 모델로 나서며 이 소녀들이 차후 일본 연예계를 주름잡는 아이돌 스타 및 아나운서로 발돋움한 사례가 빈번하다. 외모와 몸매로 따지자면 결코 일본에 밀리지 않는 국내 그라비아 화보 모델들은 어째서 걸출한 스타로 크지 못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리아 그라비아 화보도 많은 스타를 배출해내긴 했다. 그라비아 화보를 찍는 동시에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배구 얼짱 출신 모델 한지연이다. 2년 전 찍은 화보에 이어 얼마 전 서비스된 2차 화보까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연예인 지망생이나 레이싱걸이 아닌 배구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였던 한지연의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와 스타성을 눈여겨 본 제작자의 심미안 덕이었다.
모델 김세나 역시 그라비아 화보 모델로 돌풍을 일으킨 후 케이블 채널 드라마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 <메디컬 기방 영화관>에 출연하는 등 연기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문제는 화보로 몰고 온 화제가 단발성이라는 데 있다. 그라비아 화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화보로 만든 이슈를 제대로 소화해내는 소속사나 연예인이 극히 드문 탓에 일본처럼 장기적인 신인들의 키움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걸출한 스타 배출 안돼
두 번의 화보로 큰 성공을 일군 한지연 역시 첫 번째 화보로 스타덤에 오른 후 연예기획사에 소속, 활발한 연예활동을 꾀했으나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한지연은 재도약을 꿈꾸며 2차 그라비아 화보를 찍게 된 것. 더욱이 1차 때보다 더 매력적인 화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한지연은 가슴 수술을 감행하는 열정까지 보였고, 제작사도 다른 모델보다 2~3배의 비용을 투자했다.
인터넷 자체제작 동영상 UCC 스타였던 이지은, 인터넷 얼짱 신솔기, 주지훈의 옛 여자친구로 유명했던 모델 고진아 등도 화보 촬영 당시에는 뜨는 스타였지만 그 이후에는 감감무소식이다. 심지어 그라비아 화보 모델 출신인 김세나,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출신 얼짱이었던 최은희는 ‘다시 화보를 찍게 해달라며 찾아왔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을 정도다. 결국 스타 계보로 이어져야 할 모델들의 연이은 실패도 그라비아 화보 침체에 한몫한 셈이다.
또한 5년 전 전성기를 누렸던 그라비아 화보는 그 후 화보의 단발적 수익을 노린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뚜렷한 선정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모델을 선정, 화보를 내보낸 탓에 점점 사양산업이 됐고, 무려 200~300개나 되던 화보 제작사들도 현재는 10곳 정도 남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익도 변변치 않다. 과거 대박을 터뜨린 화보의 수익에 비해 현재는 1년 동안 제작한 화보들의 평균 건당 수익이 겨우 100만 원을 상회한다고. 모델 섭외부터 사진 촬영 및 보정시간, 이동통신사의 승인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투자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다.
외국보다 노출 제약 많아
그뿐 아니다. 한 그라비아 화보 제작자는 “수위가 어정쩡한 것도 문제다. 국내 규정상 정면이나 위쪽에서 찍는 것밖에 허용이 되지 않아 포즈도 다양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식상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외국의 수위 높고 선정적인 화보들은 국내 시장에 파다한데 국내 제작 화보는 어째서 이상한 시선으로만 보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그라비아 화보업계는 “부활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그라비아 화보처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레이싱걸이나 연예 관련 현직자가 아닌 모델을 기용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신인 연예인 위주의 모델을 내세우겠다는 전제 하에서다. 또한 무작정 화보 촬영 현장을 공개, 언론에 과도한 노출로 신비감을 떨어뜨리는 지금까지의 홍보 전략과 달리 공연장, 클럽 등 다양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태세다.
그라비아 화보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화보를 찍는 스타층을 넓히고, 화보촬영에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할 신인을 기용하겠다”며 “여성 이용자도 많은 만큼 모델들의 메이크업, 의상에 신경 써 럭셔리 화보로 거듭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