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처럼 타이틀곡 ‘사랑은 봄처럼’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수빈.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연예계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어요. 또 1집으로만 1년 반을 활동해서 그 기간이 너무 긴 것도 감당이 안됐죠. 자기생활 없이 숙소생활과 스케줄만 이어지다 보니 답답하고 회의가 느껴졌어요. 우울증까지 왔을 정도였어요. 너무도 원했던 가수의 꿈을 이뤘는데도 제 생활을 찾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했죠.”
그렇게 행복했던 무대를 떠난 수빈은 대학에 진학했다. 과는 연극영화과.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은 변함없었지만 거북이로 활동하면서 연예활동에 필요한 부분을 충족하기엔 연극영화과가 제격이었다고. 그렇다고 학교생활만 한 것은 아니었다. 틈틈이 앨범을 준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공들여 준비한 앨범마다 무산되고 말았다.
“준비가 잘 되어 가다가도 꼭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에 무산되고 말았어요. 가장 안타까웠던 건 SG워너비가 나온 후 비슷한 느낌으로 앨범을 준비했을 때였어요. 제가 소울, R&B 장르를 좋아해서 저와 참 잘 맞는다 생각했었는데 불발됐죠. 그런데 그 직후에 가수 씨야와 가비앤제이가 제가 준비했던 노래 스타일과 비슷하게 나와 성공하는 걸 보며 가슴이 좀 아팠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쉴 동안 삼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간간이 라이브를 했다는 수빈은 무대에서 진한 행복을 맛봤다고 한다. 가수의 꿈을 꾸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서지원 오빠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지원의 죽음 후 ‘내 눈물 모아’가 수록된 앨범을 바로 사서 듣고는 “이제 내가 뒤를 이어서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고.
대단한 팬심인데 팬과 가수는 닮아간다는 속설처럼 수빈의 팬들도 만만치 않다. 막 생겨난 그룹 거북이 팬클럽이 1만 명일 때 자신의 팬클럽은 5000명이었다는 수빈은 “지금까지 있는 팬클럽 회원이 4000명 정도”라며 “놀랍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 중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응원 글을 써주는 ‘대박 수빈’이란 아이디의 팬이 가장 인상깊다”며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고인이 된 거북이 리더 터틀맨(임성훈)에 대한 기억은 어떨까. 수빈은 “오디션에서 절 직접 뽑아주신 분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도 “오빠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래로 사랑받는 수빈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비록 오랫동안 무대를 벗어나 있었지만 수빈은 그만큼 더 깊고 아름다운 울림을 지닌 가수가 돼 돌아왔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