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새 영화를 준비 중이던 심 감독은 이번 피소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새 영화 제작 준비로 인해 정해진 기간 내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했지만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당한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주)성신양회는 대표이사 명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주)영구아트 대표인 심형래 감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기 혐의에 대한 형사 고소다. 지난 2004년 1월 심 감독이 (주)영구아트 주식 20만 주를 담보로 빌려간 40억 원 가운데 20여 억 원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왜 이 사안이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소송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담보로 제공한 (주)영구아트 주식의 가치 때문이라고 한다. 담보로 제공할 당시 심 감독이 (주)영구아트의 주식이 주당 2만 원이라 밝혔지만 실제 가치는 주당 5000원이라는 것. 결국 미 변제 금액은 20억 원이지만 담보 가치는 5억 원에 불과해 그 차액인 15억 원을 편취당했다며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하게 된 것이다.
심 감독의 (주)영구아트와 (주)성신양회는 본래 각별한 사이였다. 영화 <디 워>가 개봉될 당시 (주)성신양회가 (주)영구아트의 지분 4.79%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 워> 수혜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다만 (주)성신양회는 영화 <디 워>가 아닌 (주)영구아트라는 회사에 투자했던 것이라 그리 큰 수혜를 보진 못했다.
(주)성신양회가 (주)영구아트에 투자한 시점은 심 감독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시점에서 거액을 빌려준 데 대해 심 감독은 늘 고마워했다고 한다. 심 감독의 한 측근은 “<디 워>가 성공한 뒤 심 감독은 어려울 때 (주)성신양회가 도와준 덕분에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각별했던 사이가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악화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주)성신양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를 방문했지만 별 다른 내용을 들을 순 없었다. 미 변제 금액으로 인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인정했지만 자세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다만 “심 감독이 유명인사인 터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소송을 진행하려 했다”면서 “이번 소송으로 심 감독이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회사 측의 입장만 들을 수 있었다.
(주)영구아트는 매우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 (주)영구아트 측은 아직 검찰로부터 피소 관련 통보를 받지 못해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채무를 기한 내에 변제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했다.
(주)영구아트의 최성호 이사는 “지난 2004년 (주)성신양회가 주식 20만 주가량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40억 원을 차용했는데 지난 2006년 이 가운데 10만 주가량을 되사는 형식으로 20억 원을 변제했고 나머지는 지난해까지 갚기로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변제 시점과 새 영화 <라스트 갓 파더> 준비 시점이 겹쳐 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소송까지 제기됐지만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다만 민사가 아닌 형사소송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 이사는 “주식거래는 거래 실제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5000원은 액면가일 뿐이기 때문에 2만 원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어차피 되사기로 한 만큼 주식 가치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악의적인 형사 고소는 아닐 것이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일로 인해 심형래 감독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한다. 새 영화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지만 각별했던 두 회사의 관계가 소송 문제로 틀어질 수도 있다는 부분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주)영구아트 측은 최대한 빨리 이 일이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두 회사가 믿음을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온 만큼 얽힌 부분을 풀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