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김아중의 경우는 기존 사례와 차이가 크다. 소속사의 발 빠른 대응이 유출 확산은 막았지만 호기심을 더욱 키웠고 네티즌의 자체 검증까지 막았다. 게다가 문제의 합성사진 역시 기존의 연예인 누드 합성사진과는 차이가 커 논란과 의혹을 야기하고 있다.
문제의 김아중 상반신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일 늦은 오후. 서너 시간 사이에 문제의 사진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인터넷에서의 확산 속도만큼이나 김아중의 소속사 예당엔터테인먼트의 대응도 신속했다. 우선 세 명의 사진 전문가들에게 판독을 의뢰해 합성이라는 결과를 얻자마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불법 합성사진임을 알려 사진을 내린 뒤 이를 매스컴에 알렸다. 20일 밤 11시를 넘겨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미 대부분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라진 뒤였다. 물론 그 전에 유출된 사진을 다운받아 놓은 네티즌이 있겠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의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아중 소속사의 대응 방식은 모범 사례로 손꼽힐 정도로 신속 정확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매스컴을 통해 연이어 보도된 ‘김아중의 상반신 누드 합성사진’ 관련 기사는 이미 문제의 합성사진을 다운받은 네티즌들에게 분명한 경고 메시지가 돼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냈다. 그렇지만 관련 기사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런 호기심은 제2, 제3의 합성사진을 양산했다. 문제의 상반신 누드 합성사진을 찾는 네티즌이 급증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또 다른 합성사진을 만들기 시작한 것. 수위는 훨씬 높아졌다. 포르노 배우의 적나라한 전신 누드 사진에 김아중의 얼굴을 합성한 것. 한 장의 합성사진을 막으려다 더 심한 합성사진을 양산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소속사의 대응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애초 상반신 누드 합성사진 유출 당시에는 신속 정확한 대응을 선보인 소속사가 훨씬 음란한 수위의 합성사진 유출에는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수사를 의뢰하고 일주일이 지난 27일까지도 서초경찰서 사이버 수사대는 “진정서만 접수됐을 뿐 원본 사진이 제출되지 않아 합성 여부 조사 및 유포자 찾기 등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 유포된 상반신 누드 합성사진의 유포를 막는 데에만 집중된 소속사의 움직임이 괜한 의혹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곧 합성 진위 여부로 연결됐다. 김아중이 데뷔 전 병원에서 진료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이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럴 경우 진료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을 유출한 병원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는데 소속사는 합성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아중의 소속사 김안철 홍보팀장은 “문제의 사진이 상당히 교묘하게 합성된 사진이라 괜한 의혹을 불러일으킬 위험성이 컸다”면서 “추가로 나온 합성사진의 경우 누가 봐도 합성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 사진들 역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의 얘기처럼 문제의 상반신 누드 사진은 기존 연예인 합성사진과는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다. 우선 음란하지 않다. 요즘 연예인 합성사진의 흐름은 음란성을 줄이고 사실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어지간한 합성사진은 네티즌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므로 음란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실성을 강조하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김아중의 합성사진은 병원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진료 과정 또는 수술 전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파란색 벽을 배경으로 했고 수술복으로 보이는 옷을 팔에 걸치고 있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게다가 김아중의 얼굴 역시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데다 표정도 묘하다. 음란해 보이진 않지만 자칫 김아중이 실제로 병원에서 진료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이 유출된 것이라는 오해를 살 만큼 사실성이 높다.
김아중의 소속사 김 팀장은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이는데 사진을 판독한 세 명의 전문가는 사진의 목 부위에 미세한 줄이 가 있는 점, 몸과 얼굴의 색깔이 차이나는 점 등을 근거로 합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만큼 악의적인 목적으로 합성된 사진이라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번 사진은 원본을 찾기도 힘들다. 우선 김아중의 얼굴을 제외한 몸과 배경 등을 놓고 볼 때 병원에서 촬영된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성형외과 등에서 수술 전후에 촬영해 놓은 사진을 구해 여기에 김아중의 얼굴을 합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흔한 포르노 배우의 음란한 사진 대신 이런 사진을 어렵게 구해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아중의 얼굴에도 의문이 따른다. 합성이라면 김아
중의 얼굴만 오려낸 원본 사진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연예인 합성사진 논란은 네티즌이 원본 사진을 찾아내면서 잠잠해졌다. 그런데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표정도 묘한 김아중의 얼굴은 요즘 볼 수 있는 얼굴과 차이가 크다. 이에 소속사 김 팀장은 “영화나 드라마, 또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동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예인 굴욕 사진이라고 동영상 캡처 사진이 화제가 되곤 했는데 그런 방식으로 마련한 사진이라 메이크업 상태나 표정이 특이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문제의 사진에서 얼굴 부분이 유독 흐릿해 보이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항간에선 문제의 상반신 누드 사진 속 여성의
얼굴이 김아중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닮은 여성이 병원에서 진료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을 누군가 악의적으로 김아중이라고 인터넷에 유포시켰다는 것. 경찰 역시 이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기존의 합성사진과 달리 김아중의 경우 악의적인 목적에 의한 합성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만큼 정교한 합성사진인 데다 시기적으로도 묘한 상황에서 유출됐기 때문이다. 현재 김아중은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2년여의 공백을 딛고 연예계 활동을 막 재개하려는 시점이다.
누군가 연예계 활동 재개를 방해하려는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진을 합성, 유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이렇게 다른 연예인 합성사진과 달리 김아중의 그것은 다양한 의혹에 얽혀 있는 까닭에 더욱더 경찰의 수사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