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국민대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공중분해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전 대표(앞줄 가운데) 등 참가자들이 ‘근조 민주주의’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산되며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통진당이 다시 입방아에 오른 배경은 통진당 출신 인사들의 출마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부터다. 시작은 홍성규 통진당 전 대변인이었다. 홍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내년 총선에서 경기 화성갑에 출마할 예정”이라며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앞서 홍 전 대변인은 지난 2013년 10월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 당시 화성갑에서 8.2%를 득표한 바 있다.
당이 해산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전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수도권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던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성남 중원에 출마 결심을 굳혔다. 국회에 가서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앞선 4·29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성남 중원에 출마했다가 8.46%를 득표했다.
이밖에도 이상규·김재연 전 의원 역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전 의원은 “의원직을 부당하게 빼앗겼기 때문에 이를 알리기 위해 출마를 해야 한다는 주변의 요청들이 많다. 심사숙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이 대중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러 고민이 많다”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주변으로부터 고향인 충북 제천 출마를 권유 받았으나, 본인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관악을을 되찾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비례대표였던 김 전 의원은 주거지인 의정부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처럼 통진당 주요 인사들의 출마선언및 출마 저울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바로 ‘간판’이다. 근거지였던 당이 사라지는 바람에 출마를 한다면 무소속으로 해야 하지만, 막상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진당 출신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지난 재보궐 선거에 대거 출마 의사를 던졌다가 도중 사퇴, 꼴찌 득표율을 기록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때문에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재건 방식에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통진당 관계자는 “사실상 해산된 직후부터 어떻게 창당을 해야 하는지 논의들이 무성했다. 재창당은 현실적으로 힘들더라도 필요성은 대부분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신중파’도 있다.
또 다른 통진당 관계자는 “종북 이미지 때문에 해산된 지가 언젠데, 창당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우려스럽다. 아직은 적절치 않다.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창당설이 무성한 까닭에 통진당 물밑에서는 ‘조직 재건’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목된 게 지난 3월 출범한 ‘서울민주광장’이다. 서울민주광장은 통진당 출신 당원들이 대거 참여한 조직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울산에는 옛 통진당 세력이 신당형태의 새로운 정치조직, ‘민주와노동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통진당 울산시당위원장을 역임한 김종훈 전 동구청장이 맡았다. 대구에서도 옛 통진당 인사들이 세력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해산된 통진당이 재건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현행법상 해산된 정당과 유사한 정당을 만드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정당법 40조에 따르면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때에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진당’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는 없다. 정당법 41조 2항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정당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진당 당명이나 핵심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 등은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유사 정당’일 경우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논란은 제기될 수 있으나 사실상 이를 판단하거나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통진당이 재건되더라도 그대로의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