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담은 연기를 꿈꾸는 배우 김강희. 초등학교 6학년 때 무슨 내용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연극 <파우스트>를 보며 눈물을 쏟았다는 그는 곧바로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웠다. 화가였던 아버지가 미술학도가 되길 염원해 미술입시를 준비하면서도 “그림 그리는 시간에 호흡 한 번, 발성 한 번 더 할 수 있는데 아깝다”는 생각에 결국 그 돈으로 연기 과외를 받아 아버지한테 큰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13년 동안 연극에 몰두했던 김강희는 더 넓은 세계로 날아오르길 열망하게 됐다. 그러나 현실은 자꾸 그의 여린 날개를 꺾었다.
“강한 눈매 때문에 기가 센 역할만 맡게 돼서 이미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소속사를 구하기 시작했어요. 한번은 성인 영화 제작자가 전화해서 ‘교복 입고 매 맞는 역할’ 제의를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죠. 그래서 지인을 통해 소속사를 구했는데 한 소속사는 제가 KBS 드라마에 출연하자 그 출연료를 챙겨 잠적하기도 했고, 어떤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억지로 스폰서를 연결하려고 하기도 했어요.” 대형기획사도 다를 바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전 국민이 알만한 기획사에 2년 반 정도 있었다는 김강희는 “메이저급 연예인 외에는 방치하는 상태라서 기획사를 나가겠다고 했더니 프로필 및 경력 관리금을 내라는 황당무계한 말을 했다”며 “전 당시 계약금도 받지 않은 상태였고, 다행히 ‘이런 경우에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약서를 가지고 있어서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눈물을 글썽이며 그간의 일들을 말하는 김강희는 그의 말처럼 불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은 <낮술>의 성과와 같은 희망을 샘솟게 한다. 배우로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연기력’을 손에 쥔 김강희는 “올해는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한다.
문다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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