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우-이연두 커플은 이연두와 같은 소속사 배우이자 김정우의 친구인 김성준의 소개로 만나 사랑을 키우게 됐다. | ||
올 초 <일요신문>은 연예인 120명에게 ‘최고의 스포츠 스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868호 참조). 당시 연예인들의 스포츠스타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심지어 한 여자 연예인은 기자에게 “설문에 참여하면 제가 선택한 선수를 만나게 해줄 거예요?”라고 묻기도 했다. 스포츠 선수들 역시 당당하게 공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대며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만큼 서로에게 관심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인데, 이들의 관심도가 곧 열애로 연결되는 일이 잦다. 그런데 그 루트는 비슷하다.
열애사실이 알려져 현재 사귀고 있거나 결별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연예인 커플 13쌍 중 ‘지인의 소개로 만난’ 커플은 무려 8쌍이다.
그중 연예인이 연결고리가 되어준 커플은 김정우(성남 일화)-이연두, 이천수(전남 드래곤즈)-김지유 커플이다. 최근 열애사실이 밝혀진 김정우-이연두 커플은 이연두와 같은 소속사 배우이자 김정우의 친구인 김성준의 소개로 만나 사랑을 키우게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결혼예정으로까지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1년 만에 결별소식을 전해 아쉬움을 남겼던 이천수-김지유 커플은 연기자 이동욱의 소개로 만났다. 이천수와 마음을 나눴던 또 다른 스타인 심은진 역시 한 디자이너의 소개로 만났었다.
스포츠 선수와 스타들이 말하는 ‘지인’은 누굴까. 한 스포츠 에이전트 김 아무개 이사는 “어린 선수들 입장에선 외모가 출중한 여성을 좋아하고 연예인은 스포츠 선수가 안정된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해 소개해달라는 경우가 많다”며 “확실히 밝힐 순 없지만 주로 강남 청담동 일대에서 유흥을 즐기는 분들 중 인맥이 다양한 이들이 주선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예인과 접촉이 많은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매니저, 연예인 동료를 비롯해 스포츠 스타들도 자주 찾는 미용실 및 피부관리실 관계자들도 지인에 포함된다.
이밖에 김남일(빗셀 고베)-김보민 부부, 장학영(성남 일화)-김지연 부부, 송종국(수원 삼성)-박연수 부부 역시 “지인의 소개를 통해 짝을 만났다”고 말했다. 축구선수와 연예인 커플 1호인 허정무 감독과 최미나 부부는 허 감독이 “최미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말해 최동철 스포츠 평론가가 두 사람을 자신의 집에 초대,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지인 소개를 통해 열애’한다고 보도됐던 김치우(FC서울)-강주연은 지난해 잠깐 만나긴 했지만 사귀는 사이까지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만난 커플은 두 쌍. 축구계 최고의 풍운아 이천수의 또 한 명의 연인이었던 장미인애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열애설이 난 몇 달 후에야 장미인애가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개인적 문제가 생겼을 때 이천수가 도와줘 감사의 의미로 축구장을 찾은 것뿐”이라며 열애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호(성남 일화)-양은지 커플 역시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사랑을 키웠다.
▲ 안정환-이혜원부부(왼쪽), 김남일-김보민부부. | ||
안정환-이혜원은 광고 모델로 호흡을 맞추다 사랑을 키웠다. 지난 1999년, 스포츠 브랜드 필라의 겨울 신상품 카탈로그 모델로 나섰던 안정환과 이혜원은 서로 첫눈에 반해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연예계의 ‘절친’관계가 열애설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정우와 1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이연두는 전 슈가 멤버인 박수진, 탤런트 김성은, 가수 베니와 절친한 사이로 개인 홈페이지에 ‘원로걸스’라는 폴더까지 만들어놓고 넷의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의 매니저들 역시 “정말 친자매 같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데 워낙 스스럼없고 친분이 깊은 사이다 보니 서로를 만나는 과정에서 축구선수와의 스캔들이 불거진 것.
지난해 여름, 박수진은 백지훈(수원 삼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축구장에 응원을 오는 등의 모습이 목격되면서 열애설이 불거졌다. 당시 박수진의 소속사는 “동갑내기 친구일 뿐이다”며 일축했지만 그해 크리스마스에도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다시 한번 열애설이 불거졌다. 얼마 전 이연두와 김정우의 열애보도에도 어김없이 ‘백지훈-박수진 커플’이 언급될 정도로 기정사실화된 백지훈과 박수진. 하지만 박수진의 매니저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친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라며 “일일이 커플이 아니라고 말하고 다닐 수도 없을뿐더러 실제 커플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스스럼없이 만나지 않겠는가”라고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김성은도 박수진과의 친분으로 인해 정조국(FC 서울)과 열애설이 터졌다. 박수진과 같은 소속사인 김성은은 백지훈-박수진 커플의 만남에 몇 차례 함께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정조국을 만나 인사를 나눈 것이 열애설로 퍼지게 된 것. 김성은 매니저 역시 “단순히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이뤄진 만남일 뿐 특별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간혹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의 만남을 순수한 사랑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바로 “열애설이 신인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것. 그 중 지난 2006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여자친구 홍진영의 사진을 당당히 공개하며 사랑을 키우던 김진규와 홍진영 커플의 결별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김진규는 탤런트였던 여자친구 홍진영이 그룹 ‘스완’으로 데뷔하는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김진규는 “가수 데뷔를 반대했지만 홍진영의 의지를 꺾을 수 없어 교제를 포기했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항간에 홍진영이 김진규와의 교제를 가수 데뷔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해 헤어졌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돌기도 했다. 물론 홍진영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앞서 나온 스포츠 에이전트 김 이사는 “열애설 대부분이 3월에 불거진다는 점, 상대 여성 상당수가 신인이라는 점 등이 이런 의혹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김 이사에 따르면 축구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는 11~12월이 돼야 지인을 만나거나 소개팅을 할 시간이 난다. 실제로 이때 만남을 갖는 이들이 많은데 곧바로 이어지는 1~2월의 전지훈련 기간에는 전혀 만날 수가 없다는 것. 김 이사는 “두어 달 공백기가 있어 만나지도 못하고 통화도 자주 못했는데 꼭 그때서야 ‘사귄다’는 보도가 난다”며 “해당 선수는 ‘사귀는 사이까진 아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고, 열애설이 불거졌다 하면 꼭 스포츠계가 아닌 연예계에서 터져 나온다”라고 답했다. 한 스포츠 관계자 역시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톱스타 ○○를 사귀어라’라고 말한다”며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연예인들은 스캔들을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의 열애상대 대부분이 신인 여자연예인인 것도 의혹을 부추긴다. 한창 활약하는 젊은 축구스타들의 소개팅 상대는 여느 체육대의 성향처럼 연극영화과나 무용과가 많기 때문에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이 나중에 연예계에 데뷔하는 경우가 잦으며, 또한 이미 데뷔했다 하더라도 아직 학생 나이인 연예인과 열애설이 불거지는 일이 많다. 이런 까닭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연예인인지라 웬만한 연예인보다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스포츠스타의 인기에 편승하려 한다는 의혹이 많다”는 게 스포츠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 탄생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연예인 매니저는 “불규칙한 생활의 고단함을 이해해주기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스포츠 관계자 역시 “스포츠연예지 등 같은 매체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동질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