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작곡가 겸 방송인 주영훈.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클래스 작곡가로 히트곡만 해도 수십여 곡에 이를 정도다. 때때로 보여주는 방송에서의 코믹한 모습에 일부 시청자들은 그가 작곡가인 걸 자주 잊곤 하지만 그는 저작권료 수입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인기 작곡가다. 수백여 곡에 이르는 대중가요를 작곡한 그에게는 유독 히트곡에 얽힌 사연이 많은데 2006년 가요계를 휩쓸었던 김종국의 ‘사랑스러워’가 6명의 가수에게 퇴짜를 맞은 이야기나, 엄정화의 대표 히트곡 ‘페스티벌’을 본래 컨츄리꼬꼬가 부를 뻔한 사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에겐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운명과도 같은 실수담이 있다. 사연인즉 이렇다. 작곡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기 시작하던 90년대 중반, 그는 동시에 두 가수로부터 앨범 타이틀곡 의뢰를 받았고 오랜기간 공들여 감미로운 발라드 두 곡을 작곡했다. 두 가수에게 각각의 데모CD를 보내주고 며칠 동안 연습하도록 한 뒤, 먼저 약속된 가수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그런데 주영훈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의 실수로 두 가수에게 곡을 바꿔 보냈던 것. 자초지종을 밝히고 녹음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녹음실에 들어선 여가수는 이 곡이 무척 마음에 든다며 녹음을 고집했다. 그리고 이 곡은 공교롭게도 이 여가수의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발라드의 여왕 장혜진. 당시 그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노래는 바로 ‘꿈의 대화’였다. 그렇다면 본래 ‘꿈의 대화’를 불렀어야 할 가수는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당시 ‘흥보가 기가막혀’를 히트시켰던 강변가요제 출신의 남성듀오 육각수였다. 코믹 댄스곡에서 발라드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던 그들의 정규 1집 타이틀곡이 바로 ‘꿈의 대화’였던 것. 하지만 육각수 역시 장혜진의 곡이 될 뻔했던 ‘다시’라는 노래를 히트시켰고 이 노래는 나중에 홍콩가수 유덕화를 통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지난 98년 혜성처럼 등장해 발라드의 황제로 등극한 가수 조성모. 이병헌 김하늘 주연의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되며 타이틀곡 ‘to heaven’을 히트시킨 그의 1집은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0만 장을 넘기는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스타덤에 오른 것은 당연지사. 타이틀곡 ‘to heaven’뿐만 아니라 후속곡 ‘불멸의 사랑’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노래에도 깜짝 놀랄 만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
‘불멸의 사랑’이란 노래를 조성모보다도 먼저 부른 가수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한류스타 장동건과 구본승이다. 98년 당시 청춘스타로 각광받으며 앨범활동도 꾸준히 했던 이들은 김미숙 송윤아 등과 함께 MBC 미니시리즈 <사랑>에 함께 출연했는데 드라마 OST를 위한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했었다. 조성모의 데뷔 앨범보다 몇 개월 앞서 출시된 이 앨범에는 타이틀곡 ‘풍경’과 함께 장동건과 구본승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불멸의 사랑’도 수록돼 있다. 아쉽게도 장동건과 구본승이 불렀을 당시에는 히트하지 못했던 이 노래를 조성모가 다시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하여 ‘불멸의 사랑’은 그야말로 조성모의 ‘불멸의 히트곡’이 됐다.
그룹 원티드의 멤버이면서 솔로 활동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하동균. 그의 솔로데뷔 타이틀곡인 ‘그녀를 사랑해줘요’는 여심을 울리는 가사와 애절한 그만의 목소리로 2006년 불황의 가요계에서도 성공작으로 꼽히는 곡이다. 하지만 이 노래 역시 하동균이 아닌 다른 가수의 입으로 불릴 뻔했는데 다름 아닌 선배 가수 박효신이다. 원래 이 곡은 새 앨범을 준비 중이던 박효신이 우연히 듣고 너무 맘에 들어 점찍었던 곡이었으나 박효신이 소속사 문제를 겪으며 프로듀서가 바뀌는 바람에 작곡가가 도로 회수(?)해가고 말았다고.
그런가하면 작곡가의 변덕으로 주인이 바뀐 노래도 있다. 히트곡을 여러 차례 만든 바 있는 작곡가 겸 가수 A는 신인급이었던 섹시가수 B에게 개성 강한 노래를 선사했고 B는 녹음까지 마쳤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주가를 올리게 된 또 다른 섹시가수 C가 노래 분위기와 더 어울린다고 판단한 A는 B에게서 자신이 준 노래를 강제로 빼앗다시피 했다고. 문제의 노래는 C가 불러 히트를 치긴 했지만 곡을 빼앗긴 B는 C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조차 불편해할 만큼 억울해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 방송사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서 B와 C의 스페셜 합동무대를 기획해 B의 억장을 더욱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B가 C와의 합동무대를 강하게 거부했음은 당연지사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