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팩스 알고보니...

늑장 수사라는 비난이 경찰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매스컴의 특종 경쟁이 경찰 수사를 선도하고 있다. 결국 지난 25일 경찰이 매스컴에 손을 들었다. 공식 브리핑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정보를 기사화하기 전에 경찰에 제보하면 해당 정보의 사실 확인 과정의 정보를 공유해 먼저 기사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이를 통해 첫 번째로 이뤄진 경찰과 매스컴의 공동 사실 확인은 <일요신문>이 지난 880호에서 단독 보도한 고 장자연이 자살 3일 전에 집 인근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팩스를 보낸 정황이었다. 만약 팩스로 보낸 문서가 소위 ‘장자연 문건’이라면 고인의 문건 작성 및 유출 의지가 간접적이나마 확인될 수 있다. 게다가 유출 경로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경찰에 제보한 한 일간지 기자, 단독 보도한 본지 기자, 그리고 형사 등이 함께 해당 사무실을 찾았다. 이를 통해 경찰은 그 무렵 팩스 사용 내역을 파악했고 이에 대한 정밀 확인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이 소문이 금세 분당경찰서 안팎에 퍼졌다. <일요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취재진이 연이어 해당 사무실을 찾은 것. 결국 경찰과 취재 과정에 동행한 한 일간지 기자가 경찰이 팩스 내역을 확인해주기 전에 먼저 ‘문제의 팩스 내역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렇지만 경찰 확인 결과 고인이 보낸 문서는 출연료 지급과 관련해 소속사로 보낸 여권 복사본이었음이 드러났다. 너무 일반적인 팩스였고 해당 사무실 직원 역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고 얘기한다. 바로 이날 고인은 지인에게 김민선의 연락처를 물어봤다는데 이 역시 문건이나 자살과는 무관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민선 역시 고인에게 전화를 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고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심경 변화가 적어도 3일 전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신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