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5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분당경찰서에 출두한 고 장자연 씨 전 매니저 유장호 씨. 임영무 기자 | ||
<일요신문>은 지난 879호에서 원활한 수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비슷한 고통을 겪은 동료 연예인의 증언이라 밝힌 바 있다. 고인과 절친한 사이였던 A 양은 이미 지난 21일과 22일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A 양의 모친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딸이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은 모든 일을 진술했다”면서 “죽은 (장)자연이가 할 일을 우리 딸이 대신 한 것”이라며 강한 수사 협조 의지를 밝혔다. A 양 역시 자신의 미니 홈피에 “두렵지만 결코 두려워해서는 아니 될 악마의 탈을 쓴 존재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당신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렇지만 A 양의 측근들은 그가 경찰 조사 이후 상황에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한다. 휴대폰을 꺼 놓고 외출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A 양의 신변이 매스컴에 노출된 부분을 고통스러워한다는 것. A 양은 10개월가량 고인과 같은 소속사에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계약을 해지한 뒤 독자적인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따라서 A 양의 수사 협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인에 대한 미안함으로 수사에 협조했지만 본인의 연예계 활동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이가 또 다른 신인 연예인 B 양이다. 고인과 A 양, 그리고 B 양은 ‘3인방’이라 불릴 정도로 절친한 우정을 자랑해왔다. 현재 B 양은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A 양에 비해 B 양은 연예계를 떠나 있는 만큼 수사 협조에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관건은 향후 B 양의 상황이다. 항간에는 B 양이 이미 연예계에 미련을 버리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다시 연예계로 돌아갈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다만 경찰은 아직 B 양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A 양의 경우 같은 소속사에 몸담았던 신인 연예인이었던 탓에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지만 B 양의 경우 친분이 있는 지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매스컴에서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B 양과 접근하고 있지만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접촉된 B 양의 한 연예계 지인은 “현재 B 양이 한창 고민 중인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A 양과 마찬가지로 고인의 고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본 지인으로서의 미안함과 책임감으로 힘겨워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경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까닭은 성상납의 실체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건 내용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술접대의 경우 어느 정도 사실 확인이 가능하지만 성관계까지 갔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찰 역시 성상납과 관련해선 소극적이다. 지난 27일 브리핑에서도 경기지방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문건에는 ‘잠자리 강요’ 딱 한마디 있다. 일시 장소 등은 없다. 그러나 유족이 성매매 알선 등으로 고소했기 때문에 그렇게 발표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파문의 핵심인 성상납 관련 사안이 경찰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인데 그럴 경우 연이은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역풍이 예상돼 그냥 덮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에 체류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고인의 소속사 전 대표 김 아무개 씨는 여전히 귀국을 미루며 수사기관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를 통해 전 매니저 유장호 씨를 고소했는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역시 본인 실명이 거론되는 것을 반대하며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