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왼쪽)과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뜨겁다. | ||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지방선거전에서도 역시 재계 출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한 CEO 경력이 주는 전문가적 이미지와 정치적 때가 묻지 않은 신선함이 유권자들의 구미를 당길 매력으로 부각되는 탓이다. 대선을 1년 반가량 앞두고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출마가 예상되는 재계 인사들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선거 못지않게 제주도지사 선거가 손에 꼽히는 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태환 현 지사와 지난해 6·5 재보선에서 박빙 승부를 펼쳤던 열린우리당의 진철훈 제주도 국제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의 재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두 사람 외에도 여·야에선 여러 중량급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측돼 역대 제주지사 선거 중 최대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뜨거운 제주지사 선거전의 열기에 기름을 붓는 이름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바로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이다. 전경련 부회장을 지내기도 한 현 회장은 이미 지난해 4월 총선과정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선정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현 삼성물산 회장이며 전경련 부회장직을 역임한 전문성과 제주지역 유력 성씨 중 하나인 현씨 문중의 세를 규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회장은 정치권의 매력적인 러브콜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 회장은 아직 출마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영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대선 돌풍의 핵으로 주목받는 고건 전 총리 진영과의 물밑 교감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안기부 도청 사건 이후 번져 있는 ‘반 삼성 정서’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국민은행장직에서 퇴진한 김정태 전 행장의 광주시장 출마여부도 큰 관심사다. 최근 열린우리당측이 김 전 행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남 지지율 만회를 꿈꾸는 여권의 기대에 김 전 행장이 부응할 지 여부가 주목받는 것이다. 얼마 전 김 전 행장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권의 영입 제의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행장은 호남 명문인 광주서중·광주일고 출신이며 성공한 금융인으로서 전문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전 선거 때도 정치권의 영입제의가 있었지만 김 행장이 손사래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민은행장직에서 불명예퇴진한 것을 만회하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김 전 행장의 광주시장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 정해주, 한행수, 한이헌(왼쪽부터). | ||
김 전 행장에 조언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이는 정운찬 총장이 서울대 입시안 논쟁으로 현 정권과 반목을 빚었던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유력 대기업이 김 전 행장 영입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김 행장의 열린우리당 광주시장 출마 가능성을 흔드는 요인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경남도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풀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군으로 김두관 청와대 정무특보와 함께 3명의 경제계 출신 인사를 발표했다. 정해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과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 그리고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정해주 KAI 사장은 이미 YS정권 시절 중소기업청장과 통상산업부장관을 지냈으며 DJ정권 초기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직을 수행해 YS-DJ 양 정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로 통한다. 그러나 정 사장의 정치권 입성을 향한 행보 앞엔 가시밭길이 놓여 있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경남 통영·고성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지난해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 후보로 같은 지역에 도전했지만 두 번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총선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정 사장이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무대 입성의 꿈을 이룰 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 삼성 E&C 회장을 역임한 ‘삼성맨’이다. 한 사장은 열린우리당 창당 초기에 민생경제 특별본부장과 당 재정위원장을 맡으며 여권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대한주택공사 사장에 선임됐을 당시 여권의 ‘막후 지원설’이 뒤따르기도 했다. 전문경영인 출신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반 삼성 정서’에 대한 부담 극복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경제인인 동시에 정치인이라 봐도 무방한 인물이다. YS정권 때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고 16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 당선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부름을 받고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으며 지난해 총선 땐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신인들의 후원회장을 맡아주기도 했다.
정해주-한행수-한이헌 등 3인방은 열린우리당 경남도당이 경남 출신의 성공한 CEO가 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 하에 예비후보군으로 거론한 인사들이다. 그러나 김두관 정무수석의 지역 입지가 탄탄하고 이들 3인방 모두 정치권에서 참신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쟁력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