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성상납을 받은 인사들의 사주를 받아 서세원이 유 대표의 병실을 찾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 서세원을 뒤에서 움직인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서세원의 병원 행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시사 주간잡지 기자의 인터뷰를 주선해주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세원의 친절이 괜한 의혹을 부른 것. 그럼에도 남는 의문은 아무리 인터뷰를 잡아주기 위해서일지라도 기자들이 대거 몰려 있는 병실에 가는 모험을 한 까닭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서세원과 유 대표는 친분이 전혀 없는 그날 처음 보는 사이였다.
충분히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서세원이 친분 있는 기자와 함께 유 대표의 병실을 찾은 이유는 연예계 비리 수사와의 악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세원은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의 핵심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방송국 PD들에게 PR비를 제공한 것은 물론이고 조폭 자금을 끌어다 썼으며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는 혐의까지 받아 2003년에 구속됐었다.
그런데 서세원은 당시 수사에서 자신의 매니저가 검찰 수사관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수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찰 수사관은 수차례 때리고 속옷만 입힌 채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2002년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는 ‘실패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과정을 직접 경험한 서세원이 새로운 연예계 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장자연 문건 파문을 바라보는 심정은 남달랐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병원행이라는 모험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당시 서세원과 동행해 유 대표를 인터뷰한 시사 주간지 기자는 서세원이 자신의 매니저가 검찰 수사관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을 최초로 보도한 기자이기도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