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진과 동생이은주. | ||
청원 휴가를 나왔다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군무를 이탈한 가수 이재진은 지난 8일 오후 2시 50분경 헌병 수사관에 검거돼 육군 대구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거 직후 그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는데 애초 알려진 검거 장소는 동대구역 인근의 한 모텔이었다.
그러나 <일요신문>에서 단독 확인한 바로는 이재진이 검거 직전에 머무른 모텔은 대구역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대로변에서 10m가량 들어가 있는 한적한 골목에 고급 모텔이 두 개 붙어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였던 것.
이재진은 모텔 앞 한적한 골목길에서 헌병 수사관에게 검거됐다. 수사권이 없는 헌병은 모텔 객실로 직접 들어가 검거할 수 없어 이재진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별다른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헌병과 조우한 이재진이 도주를 시도하거나 저항했다면 목격자가 있었을 텐데 인근 주민들을 탐문 취재한 결과 목격자는 전혀 없었다.
인근 식당 관계자는 “이 부근에서 이재진이 검거됐다는 얘길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인적이 드문 곳이라 뭔가 소동이 있었다면 알았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전한다. 모텔 관계자 역시 별다른 상황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이재진이 투숙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가 검거된 뒤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또한 장기 투숙이 아닌 그날 하루만 이 모텔에 머물렀다고 한다. 모텔 숙박 손님의 경우 보통 다음날 정오가 퇴실 시간이다. 그런데 이재진은 오후 2시 50분경까지 모텔에 머물렀고 이로 인해 대구의 한 모텔에 장기투숙하며 숨어 지냈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이에 모텔 관계자는 “장기 투숙객이 있으면 방이 망가지게 돼 받지 않는다”며 “12시 퇴실이 원칙이나 한두 시간 늦게 나간다고 퇴실하라고 얘기하진 않는 편”이라고 얘기한다. 이재진이 머물렀던 방을 직접 취재하려 했지만 모텔 측에선 몇 호에 숙박했는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방이 비슷한 인테리어라 모텔의 객실 가운데 한 곳에 들어가 간접적으로나마 그가 마지막 머문 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객실에는 컴퓨터 두 대, 대형 HD TV, 월풀 욕조와 스팀 사우나 등 최신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 이재진이 마지막으로 묵었던 모텔의 숙소내부. | ||
한 달 넘게 부대 미복귀 상황이 계속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친 이재진을 친구가 계속 달랬고 결국 자수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소재의 제2 작전사령부 관계자를 통해 검거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모텔에 함께 있던 친구가 자수를 설득한 뒤 이은주에게 전화해 이재진과 함께 있는 모텔 위치를 알려줬다”는 이 군 관계자는 “이은주가 그 사실을 헌병대에 알려 헌병 수사대가 모텔을 찾아가 나오기를 기다려 검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형식은 헌병 수사관이 모텔 앞에서 ‘검거’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수’에 가깝다. 모텔에서 오후 2시 50분이 돼서야 나와 별다른 저항 없이 검거된 것으로 볼 때 이재진 역시 모텔 앞에 헌병 수사대가 와있음을 이미 알고 한참을 망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 작전사령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보다 앞서 헌병대가 이재진이 구미에 있다는 제보를 접해 수사 중이었다고 한다. 검거된 곳이 대구역 인근이었음을 감안할 때 실제 구미에 있다 친구를 만나러 대구에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X가 정차하는 동대구역과 달리 대구역은 구미 등 인근 경상도 지역을 왕래하는 데 편리하다. 이재진을 검거해 조사 중인 대구 헌병대는 취재진에게 이재진 검거 및 조사에 관해 일체의 언급도 회피하고 있다.
헌병대 위병 근무자들은 “이재진이 검거돼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을 정도로 부대 내에서도 전혀 알려진 게 없다”며 “여동생인 이은주가 면회를 다녀갔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다”고 얘기했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조사를 진행 중인 헌병대가 이례적으로 동생 이은주의 면회는 허용했다.
이은주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채 30분도 안 되는 짧은 면회였는데 생각보다는 건강이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많이 지쳐보였다”며 이재진의 근황을 전했다.
통상 휴가 미복귀 사병에 대한 헌병대 조사는 열흘 정도가 걸린다는데 이 과정에서 미복귀 이유, 미복귀 기간 동안의 행적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군 법원이 처벌 수위를 정하게 되는데 군형법 제30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는 평시 군무이탈자에 대해 2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군 법원은 본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군 복무를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