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외국인, 무용신동이라 불리는 초등학생, 지방에서 올라와 여러 기획사의 오디션을 치르고 있는 남학생 등 수많은 지망생들이 JYP센터 앞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이들이 모인 생생한 오디션 현장을 소개한다.4월의 첫째 주 일요일인 지난 5일, 기자는 오디션이 시작하는 오후 2시보다 한 시간 빠른 1시경 오디션 현장을 찾았다.
이미 210번까지 번호 스티커를 가슴팍에 붙인 지망생들이 JYP 주차장에 줄지어 서 있었고, 30번부터 50번 지망생들은 오디션을 치르고 있는 상태였다. JYP가 공지한 시작 시간보다 앞당겨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는 탓에 기자는 ‘지망생이 너무 몰려 일찍 시작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급한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지망생들은 “오늘은 사람이 정말 적은 편이다”고 말한다.
10시가 좀 넘어 오디션장 앞에 도착했는데 50번 스티커를 받았다는 한 지망생은 “평상시엔 500~600명씩 와 있곤 한다”고 말했다. 공개 오디션이지만 JYP는 최종 오디션만 언론에 공개하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디션을 이미 치르고 나온 지망생들을 통해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JYP 공개 오디션은 심사위원 한 명이 현장에서 심사하며 카메라로 모든 지원자들의 모습을 녹화해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핀다. 워낙 많은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시간 관계상 한 번에 20명씩 오디션장에 들어가며 앞 번호 10명이 앞에 서서 자신의 끼를 선보인다고.
그들에겐 보통 1분도 안 되는 시간이 주어진다.한 지원자는 “내가 노래할 때는 미처 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됐다’고 하더니 옆 사람은 한 곡 더 하라고 말하는 순간 좌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가수 지원자야 보여줄 수 있는 장기가 노래 아니면 춤인 까닭에 박자를 놓쳐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 외에는 별다른 소동이 없지만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는 당황스러운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이날 역시 독특한 장기(?)를 보여준 연기자 지망생들이 있었는데 오디션을 치르고 나오던 한 지원자가 혀를 내두르며 “심사위원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갑자기 옷을 벗어부치며 노출 연기를 하는 이도 있었고, 큰 소리로 욕만 내지르다 끝난 사람도 있었다”며 “심사위원은 표정 하나 안 변하는데 오히려 내가 그걸 보고 놀라서 제대로 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에서의 연예인 활동에 대해 부모님 역시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보라”며 지원해주는 상태며 오스트링 씨 역시 “한국은 연예계 활동이 전방위적이라서 일단 인지도가 올라가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게 좋다”고 꼭 한국에서 연예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번호표를 받지 않고 근처를 서성이는 이들도 있었다. 30여 분 사이에 대기자가 250명으로 늘어 오디션을 기다릴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대구에서 올라 온 대학생 김덕진 씨(20)도 마찬가지.
JYP 오디션 전날인 4일,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도 치렀다는 김 씨는 “생애 첫 오디션이었던 SM은 두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10명씩 오디션을 보는데 다행히 한 곡을 더 불러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받았다”며 “온 김에 JYP도 보려고 왔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오늘은 그냥 대구로 내려가고 인터넷 오디션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JYP는 다른 기획사에 비해 이메일을 통한 오디션이 활성화되어 있어 이메일 오디션 통과 후 최종오디션을 볼 수 있다. 지원자들 대부분은 혼자 오디션 보는 것이 두려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친구가 응원하러 오기도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생인 이은지 장다연 양은 각자 “SM 소속 연예인을 너무도 좋아해 지금까지 SM 오디션에만 매진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JYP오디션에도 도전했다”며 “특히 SM오디션 지원자는 연령대가 너무 낮아서 대부분 엄마 손 잡고 오는 어린이가 많기 때문에 19세인 우리가 늙어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 예술제 때 친해져 매번 오디션을 같이 보러 다니고 있다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 두 명 역시 시기가 너무 늦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한 여학생은 “지금까지 서너 번 함께 오디션을 봤는데 보통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1학년생 지원자가 많다. 열여섯 살이나 된 우리는 많이 늦은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디션 역시 20대 초중반 지원자나 10대 후반 학생들보다 12~15세 지원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국다솜 양도 어린 지원자 중 한 명.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현장까지 따라와 열렬한 응원을 펼쳐 준 국다솜 양은 한국무용과 발레 신동으로 몇 번 방송을 탔다.
각종 예고나 대학에서 열리는 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며 한국무용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연예인이 꿈이라고. 오후 4시가 지나서야 JYP 앞은 한산해졌다. 오디션 결과는 걱정되지만 “또 하면 된다”며 “나중에 내가 연예인이 되면 인터뷰 해달라”고 기자의 손을 꼭 잡던 수많은 지원자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게 연예인 데뷔지만 이날 만난 연예인 지망생들은 하나같이 “나는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