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아이들과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달라’던 남편의 얘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하는 김미화씨.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제작비 절감. 불황의 시대 MBC 경영진이 내세운 김미화의 라디오 프로그램 하차 이유다. 이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MBC 경영진은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6일 만에 하차 결정을 철회했다. 그 6일 동안 김미화 본인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궁금했지만 그는 예상외로 덤덤했다. 그렇지만 덤덤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상처와 충격이 그만큼 컸음을 거꾸로 보여주는 게 아니었을까.
“방송국 PD들이 코미디언 하나 살려보자고 집단행동을 하다니 이는 정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매스컴을 통해 갑작스럽게 하차 소식을 듣고 가슴앓이도 많았지만 내겐 직장 동료인 라디오국 PD와 작가들이 나를 인정해준다는 뜻이니 정말 고마웠다. 또 인터넷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이 구명운동 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이런 힘으로 다시 코미디를 하자고 마음먹었었다.”
그의 말처럼 라디오 진행자 교체를 두고 라디오국 PD들이 제작 거부 등의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경영진이 받는 압박감이 컸다.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서 공헌 이익률 3위, 절대청취율 6위인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제작비 절감을 위해 하차시킨다는 경영진의 입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라디오국 PD들의 주장도 타당성이 높았다. 결국 MBC 경영진은 하차 방침을 철회했다.
하차 철회 소식을 접한 뒤 김미화는 마음을 다 비웠는데 다시 하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자신을 ‘진보적’ ‘친노무현’ ‘반MB’ 등으로 분류하는 시선들, 그로 인해 불거진 하차 논란에 대해선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치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시사라는 주제에 충실하려면 그런 오해도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또 내가 사회 참여 활동에 적극적인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나는 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으면 달려가고 싶다. 양심이 움직이면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온 게 어언 30여 년인데 아직도 내 진심을 왜곡해서 보는 분들이 있다. 난 그저 연예인으로 살아오며 받은 사랑을 어떻게든 사회에 되갚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단체들이 어떤 성향인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누군가를 도와주는 단체라면 어떤 성향의 단체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청와대에서 행사 사회를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고 맡아왔다. 그런데 내가 왜 유독 한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만났다. 당선자 시절에 연락을 받고 가서 함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를 보고 맥주도 같이 마셨다.”
정치엔 관심 없다며 ‘웃기는 할머니’로 남고 싶다는 김미화. 행여 이 대통령과 함께 영화를 보고 맥주까지 마셨다는 이유로 김미화가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편 이번 일을 겪으며 김미화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이는 단연 남편인 윤승호 성균관대학교 교수다.
“남편 얘기가 정말 큰 힘이 됐다. 남편이 그러더라. 지금까지 너무 달려왔으니 이젠 아이들과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주면 안 되냐고.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게 고맙지 않느냐며 오히려 기뻐하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남편은 지금도 은근히 라디오에서 하차하길 바라는 눈치다(웃음).”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